
그랬던 청룡기에서는 유독 ‘괴물 열풍’이 많이 불기도 했다. 2006년에는 소년 장사로 불리며 LA 에인절스와 거액에 계약한 진흥고 정영일(현 SK)이 결승전에서 무려 222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감투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진흥고는 이상화-이재곤(이상 롯데)이 버틴 경남고에 1-2로 패했는데, 그 1점도 정영일 본인이 이상화를 상대로 기록했던 선제 솔로홈런이었다. 그만큼 투-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정영일은 당시 고교야구 최대어였다.
‘대기만성형 타자’, 2005년 청룡기 우승의 주역 최승준 이야기
그러나 ‘괴물’은 사실 정영일 이전에 한 번 등장한 바 있다. 동산고의 에이스이자 중심 타자인 류현진(LA 다저스)이 그 주인공이었다. 부상 경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청룡기 대회에 나선 류현진은 투-타에서 빼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팀을 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연고권을 가진 SK가 인천고 포수 이재원을 지명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그에게 우선 지명권을 행사할 만했던 인재였다. 그리고 기대대로 류현진은 결승전에서도 팀의 10-8 승리를 이끌며 우수 투수상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동산고의 2005 청룡기 우승의 가장 강력한 주인은 류현진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당시 결승전의 주인공은 류현진이 아니었다. 당시 연투로 인해 정작 결승전에서는 대량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결승전에서 10점을 낸 타선이 아니었다면, 동산고의 청룡기 우승은 불가능할 수 있었다. 그 타선의 중심에 섰던 이가 바로 ‘청룡기 4관왕(타격, 타점, 홈런, 최다안타 1위)’에 빛났던 포수 최승준이었다. 비록 MVP는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을 펼치던 동기생 현천웅에게 수여됐지만, 당시 그의 타력은 스카우트 사이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포수로서의 자질은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었기에 ‘프로가 100% 원하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빼어난 방망이 실력을 보이고도 2006년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그가 7라운드 전체 51번까지 내려온 것도 ‘포수로서의 자질’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한 데에 기인한 셈이다.
이후 두 배터리의 인생은 잘 알려진 것처럼 극명하게 엇갈렸다. 류현진이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것과는 달리, 최승준은 좀처럼 퓨쳐스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에 병역 의무를 해결하며 다시 그라운드에 나섰지만, 그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1군 잠실야구장이 아닌, 2군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였다. ‘2군 홈런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만큼 1군에서도 기회를 부여할 만했지만, 그는 지난해까지 잠실야구장에 단 8경기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그랬던 그는 올해 KIA 임준섭을 상대로 1군 무대 첫 안타를 신고한 이후 현재까지 충실한 백업 요원으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특히, 상대 선발로 좌투수가 나오는 날이면, 어떤 형태로든지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그도 데뷔 첫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9일 현재까지 15경기에서 1홈런, 8타점, 타율 0.258를 기록하고 있다. 프로 입문 9년 만에 ‘거포 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서는 선발 라인업 포함 유무를 떠나 6타석에서 3안타, 4타점을 몰아치며 ‘차세대 거포’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물론 최승준은 현재 자신의 위치를 온전히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한 차례 반짝 활약을 선보이다가 사라지는 유망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큰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대기만성)’라는 고사성어처럼, 그가 9년간 퓨쳐스리그에서 버텨 온 정신력을 잊지 않는다면 LG 트윈스는 또 한 명의 우타 거포를 얻게 되는 셈이다.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경우, 2002년 가을잔치에서 최동수가 ‘깜짝 스타’로 거듭난 것처럼, 그 역시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둘은 똑같이 포수로 프로에 입문했으나, 1군에서는 내야수로 거포 능력을 보여줬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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