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팀으로 돌아온 ‘국가대표팀 동료’ 간의 대결도 ‘장군멍군’으로 끝이 났다. 국가대표 4번 타자 박병호는 경기 내내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다가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야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고, 강정호와 김민성 역시 나란히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아시안게임 우승의 기운을 이어갔다. 201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유원상도 1과 1/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1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홀드를 기록했다. 태극 마크를 달았던 이들 모두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셈이다.
만루 홈런의 사나이’, 박용택에게서 ‘가을 향기’가 나는 이유?
그러나 사실 이 날 경기의 주인공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도 아니었고, 선발로 나선 외국인 투수 코리 리오단이나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린 신정락도 아니었다. 타순에 관계없이 꾸준히 제 몫을 하는 선수, ‘미스터 LG’ 박용택이 그 주인공이었다. 박용택은 7-3으로 앞선 7회 말 2사 만루서 바뀐 투수 김대우를 상대로 우측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 홈런으로 11득점째를 올린 LG는 이 날 경기가 없던 SK와의 승차를 두 게임으로 늘리며 4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박용택의 만루 홈런이 값졌던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그 홈런 한 방으로 마무리 봉중근을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만약에 추가점수 없이 그대로 7회가 끝났다면, 9회에 넥센이 두 점 추격한 상황을 감안해 보았을 때 ‘세이브 상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불필요한 투수 소모를 막았다는 점에서 LG는 차후 경기에서 투수 운용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하나는 박용택의 홈런이 정말로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는 점이다. 앞선 네 타석에서 병살타 하나와 삼진 두 개를 포함하여 무안타로 침묵했던 박용택은 마지막 타석에서 4타점을 쓸어 담으며 ‘가장 임펙트 있는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렇게 타선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는 팀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다.
사실 박용택도 LG 선수단 내에서 ‘포스트시즌’과 가장 인연이 깊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LG의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인으로 준플레이오프에서부터 맹타를 퍼부었던 이가 바로 박용택이었다. 대학 졸업 이후 갓 프로에 입문한 ‘홍안 소년’이 맞나 싶을 정도의 활약이었다. 이후 그는 LG에서만 10년 이상 활약하며, 2008년을 제외한 전 시즌 100안타 이상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유독 가을 잔치와 인연이 없었기에, 지난해 그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을 박용택이었다.
이제 그는 개인 통산 세 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이병규(등번호 9번)와 이진영, 정성훈, 현재윤을 빼면, LG 라인업에서 박용택만큼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이도 드물다. 이러한 그의 모습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한 방’과 겹쳐져 가을 향기(포스트시즌 진출 과정)를 만들어 내고 있는 듯하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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