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시안 게임에 참가한 나라 숫자가 45개에 이른다고는 하나, 이들이 모두 웃음을 짓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도 막강한 아시아 3강 앞에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때로는 참가 그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경우도 많다. ‘메달 획득’의 기쁨보다 국제무대 경험 그 자체를 큰 자산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은 것이 아시안게임의 냉정한 현실이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 야구에 참가중인 8개 국가 중 프로화가 되었거나 진행중인 국가는 총 4개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 대만, 중국(세미프로)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사실상 ‘직장인’ 혹은 ‘학생야구’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파견할 만큼 그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아시안게임의 야구 정식 종목 제외를 주장하기도 한다.
야구 선진국의 의무, ‘아시아 시장의 팽창’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문제가 있다. 야구 선진 3국이 아니라 해서 야구에 대한 재미를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홍콩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과 대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콜드게임 패배 이후에도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두 대회 연속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몽골 야구 대표팀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릴 만했다. 이미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24명의 엔트리도 채우지 못한 채, 오직 아시안게임을 통해 강팀들과 경기하는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중국을 찾은 바 있다. 올해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본과의 제3경기가 열릴 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을 상대로 0-21 패배를 당하면서도 아시안게임 1, 2호 안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이에 아시아 야구 연맹은 끝까지 포기를 모르고 싸워 준 몽골 대표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야구 선진국과 경기를 해 봤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줄 안다는 것, 이것이 홍콩과 몽골이 큰 점수 차의 패배를 당하고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A조에 속한 파키스탄은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인천에 등장했다. 그들은 몽골에 25-0 승리를 거둔 것을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도 9회까지 경기를 이끌며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일본은 파키스탄을 상대로 초반 경기를 어렵게 풀어갈 정도였다. 향후 대한민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야구 선진국들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이러한 선수들을 위하여 아시아의 야구 선진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그것이다. 야구 용품을 지원하고 지도자를 파견하는 등 ‘선진야구’를 전파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당한 것도 전 세계적으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파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70%가 포진된 아시아부터 그 영역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차기 아시안게임을 유치할 예정이었던 베트남은 야구장이 없다는 이유와 자국리그에 야구 연맹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야구의 정식 종목 포기를 고려하기도 했다. 이에 허구연 MBC SPORTS+ 해설위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아시안게임 야구 정식 종목 유지’를 위해 베트남 야구의 성장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베트남도 아시안게임 유치 포기를 선언하기 전까지 ‘야구의 정식종목 존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베트남을 대신하여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로 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역시 야구와는 큰 인연이 없는 곳이다. 베트남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자카르타에 야구장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번에야 말로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있다.
크리킷의 강국인 파키스탄과 인도를 주축으로 한 ‘서아시아 야구 리그’의 개최도 생각해 봄 직하다. 작은 시도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경우 ‘킬링필드’ 위에 야구장이 세워지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인 셈이다. 모쪼록 이번 아시안게임을 바탕으로 아시아 전 지역에 야구가 활성화됨은 물론, 추후 있을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소 10개국 이상이 참가하기를 기원해 본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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