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 외야 자원은 누구를 어느 포지션에 두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들로 구성됐고, 내야 역시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김민성-강정호-오재원-박병호의 조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강정호의 지명 타자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그 자리를 김상수가 차지할 수도 있고,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강정호가 코너 내야수를 맡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2루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김민성을 그 자리에 기용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간에 류중일 감독 입장에서는 상대 전력에 따라서 최적의 조합을 구성할 일만 남은 것이다.
‘생애 첫 국가대표’ 꿈 이룬 선수들, ‘우리도 있다.’
그러나 사실 대표팀에 선발된 인원들은 대부분 아마 시절에 태극 마크를 달며 ‘세계, 혹은 아시아’의 무대를 경험한 바 있다. 특히, 2004~6년 청소년 대표팀 멤버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대거 선발되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프로야구의 현재’를 만들어가며 각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고교/대학 시절에도 태극 마크를 못 달았던 인원도 분명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이번 국제무대 데뷔전인 셈이다. 외야수 나지완(KIA)을 비롯하여 내야수 김민성(넥센), 오재원(두산), 황재균(롯데), 그리고 투수 이태양(한화)과 이재학(NC)이 그 주인공이다.
고교 후배 김현수(신일고 졸업)가 청소년 대표팀 합류 이후 성인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태극 마크를 달았던 것에 비해 나지완은 상대적으로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었다.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하고, 올해를 포함하여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2013 WBC에서도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이재원과 함께 대표팀의 지명 타자를 맡게 될 후보로 손꼽혔다. 113경기에서 19개 홈런을 기록중인 현재 페이스를 감안해 보았을 때 올해 커리어 하이를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이 기세를 아시안게임에까지 끌고 갈 경우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인 김민성과 오재원의 ‘태극 마크 첫 인연’도 상당히 눈에 띄는 부분이다. 덕수고 시절부터 안정된 유격수 수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김민성이나 야탑고 시절 재간둥이로 이름났던 오재원 모두 ‘청소년 대표팀’에 입성할 법했지만, 또 당시에는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둘 모두 특화된 포지션 없이 ‘감독이 명하는 곳 어디에서나’ 큰 실수 없이 수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단기전인 아시안게임에서 변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선수들은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다.
2010년 신인지명 회의를 통하여 프로에 입문한 ‘입단 동기’ 이재학과 이태양의 첫 태극 마크도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사실 유급 경력이 있었던 이재학은 2009년 아시안 청소년 대회에서 나이 제한에 걸려 아예 대표팀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태양 역시 마찬가지. 동급생인 장민익(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탓도 있었지만, 당시 대표팀 우완 투수들 중에는 문성현(넥센)과 안승민(한화), 유경국(LG)이 버티고 있어 이태양이 태극 마크를 차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만큼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었던 두 동기생이 5년이 지난 시점에야 국가의 부름을 받게 된 셈이다. 빠른 볼을 바탕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는 이태양이나 사이드암 이재학 모두 중간 계투 요원으로 활용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 만하다.
역대 대표팀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대표팀의 주축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선수를 대신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가 의외의 활약을 선보인 경우가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진갑용을 대신하여 결승전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던 강민호가 그러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주가를 올렸던 강정호가 또 그러했다. 이번에도 첫 태극 마크의 주인공들이 의외의 좋은 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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