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LG 우완 류제국(31)의 첫 마디였다. 이날 류제국은 6⅓이닝 동안 삼진을 7개나 솎아내며 3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로 5-1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올해 23번째 등판 만에 이뤄낸 무실점 경기였다. 지난 4월 8일 시즌 두 번째 등판이던 롯데와 사직 원정에서 6이닝 무자책 경기는 있었지만 실점이 2개 있었다. 그만큼 올해가 힘겨웠다.
사실 류제국은 지난해 '러키 가이'였다. 미국 생활을 접고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LG와 계약해 맞은 한국 무대 첫 시즌. 류제국은 나오면 이겼다. 12승2패, 데뷔 시즌 승률왕(8할5푼7리)을 거머쥐며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로 불렸다.
LG의 정규리그 2위를 결정지은 것도 류제국이었다. 10월 5일 두산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류제국은 7⅓이닝 2실점 쾌투로 1997년 이후 16년 만의 2위를 이끌었다. LG팬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류제국이었다. 그런 류제국이 왜 팬들 환호가 낯설었던 것일까.
▲지난해 승률왕, 올해는 간신히 5할
올해 부진 때문이다. 26일까지 류제국은 올 시즌 6승6패였다. 9할을 바라보던 승률이 간신히 5할,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는 밥 먹듯이 받았던 팬들의 응원이었지만 올해는 뜸했던 것이다.
류제국은 "지난해는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환호하는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답례를 했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왠지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오늘은 모자를 벗지 않고 그냥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고 민망함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지난해와 뭐가 달랐기에 성적도 차이가 난 것일까. 류제국은 마음의 병을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그는 "선발 투수로서 더 많은 이닝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그래서 1, 2회는 전력 투구보다는 좀 가볍게 던지다 보니 많이 맞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3.87이던 평균자책점(ERA)은 올해 5점대(5.24)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류제국은 "승부를 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했다. 정찬헌, 윤지웅 등 후배들에게 "언제나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을까"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부담 덜고 나를 믿자" 능력의 한계 인정
연이은 부진에 생각에 변화를 줬다. 부담을 덜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류제국은 "오늘만큼은 5이닝만 막자는 생각으로 던졌다"면서 "그러다 보니 그 이상을 던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감도 키웠다. 류제국은 "내 공을 믿자고 생각했다"면서 "볼질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쳤다"고 말했다. 이날 류제국은 최고 구속 147km의 묵직한 직구를 비롯해 체인지업, 투심, 커브 등을 섞어 두산 타선을 농락했다. 지난해 한창 잘 나갈 때의 모습이었다.
류제국의 깨달음은 8월 말에야 왔다. 너무 늦은 것일까. 류제국은 "지난해는 정말 재미있게 시즌을 치렀는데 올해는 정말 빨리 지나갔다"면서 "벌써 4번 정도밖에 등판이 남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하지만 순위 싸움이 이어지는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남은 경기도 오늘처럼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승리를 부르는 사나이' 류제국의 각성이 LG 에이스의 귀환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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