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당시 효천고 마운드에는 장민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질적인 팀의 살림은 사실 우완 이태양이 맡고 있었다. 장민익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태양 역시 193cm, 90kg(고교 3학년 시절 기준)의 좋은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안정된 공을 던졌던 유망주였다. 서창기 감독 역시 “오히려 (장)민익이보다 (이)태양이가 프로에 입단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태양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물론 그는 당시만 해도 빠른 볼 최고 구속이 140km를 넘지 않아 ‘좋은 투수 모시기’가 대세였던 당시 드래프트에서 크게 매력적인 카드는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 운영 능력이 빼어나고, 슬라이더를 잘 던질 줄 안다는 점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이에 한화는 5라운드에서 그에게 지명권을 행사하며, 프로 입문의 기회를 부여한 바 있다. 그것이 벌써 5년 전 일이었다.
효천의 에이스, 이제는 ‘국가대표 에이스’되어 날아오르다!
하지만, 중위권 선택을 받은 유망주들이 다 그러하듯, 이태양에게도 처음부터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1라운드 지명을 받았던 김용주를 비롯하여 공주고를 졸업한 안승민(3라운드 지명) 등이 그나마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입단 동기’들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군 복무를 먼저 해결한 이후에 기회를 노려도 충분할 법했다.
그러나 그는 2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으며 ‘체계적인 육성’을 받기 시작했다. 입단 이후 2년간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여 조급해 할 만했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몸을 만드는데 열중했다. 그러던 2012년, 입단 3년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정규 기록은 단 한 경기에 출장하여 2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한 것이 전부였다. 이듬해에도 1, 2군을 오가며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지만, 눈에 보이는 성적이 그렇게 빼어났던 것은 아니었다(31경기 출장, 무승 3패, 평균자책점 6.23). 여기까지만 놓고 보았을 때 올 시즌 전망 역시 크게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4월 한 달간 선발로 한 차례 등판했던 것을 제외하면, 네 경기 모두 구원 투수로만 등판했다. 넥센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성적 역시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패전의 멍에를 쓰며,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월 마지막 날, 롯데와의 경기에서 3과 2/3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5월부터 ‘붙박이 선발’로 자리 잡은 이태양은 5월 마지막 NC전에서 패전 투수가 될 때까지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선발-중간-마무리할 것 없이 어느 보직 하나 성하지 않았던 한화로서는 이태양의 존재가 마냥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김응룡 감독도 “우리 팀의 에이스가 누구냐고? 왜 있잖아! 이태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6월에는 5경기에서 혼자 3승을 챙기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인 끝에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멤버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록 7월에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며 잠시 흔들렸지만, 8월 들어 다시 연승 행진을 시작하며, 5점대였던 평균 자책점을 다시 4점대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서는 개인 통산 최다인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시즌 7승째를 신고했다.
이태양의 호투는 시즌 내내 한화를 괴롭혀 왔던 마운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줬다는 점에서 꽤 반가운 소식이다. 그의 호투를 발판으로 외국인 엘버스-타투스코 듀오가 최근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고, 불펜 역시 ‘안정진 트리오(안영명-박정진-윤규진)’가 대두하면서 이름 그대로 ‘안정된’ 모습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본다면 분명 괄목상대할 만한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2010시즌 신인지명 회의 당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잊힐 뻔했던’ 유망주들이 이제 서서히 좋은 모습을 보이며 향후 각 구단의 주축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이다. 이태양을 필두로 SK로 이적한 이후 선발 등판 기회를 부여받은 좌완 김대유, 상무 전역 이후 삼성의 미래로 거듭나는 투수 김현우, 청원고 당시 내야수 최대어였던 롯데 오승택 등이 바로 당시 프로 입단에 성공했던 이들이었다. 이들의 성장 속도를 프로야구에 대입하여 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듯싶다.
향후에는 누가 ‘제2의 이태양’이 되어 마운드(혹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까?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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