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는 시점에 놓인 선수들은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 시절 내내 야구만 했기 때문에 그 외의 길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도 ‘보통 일’에 종사하여 자수성가한 ‘학생 야구 선수’들도 꽤 많은 편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이는 현재 푸르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남우식 사장이다. 경북고 시절, ‘철완’으로 불리며 한때 프로 입문설까지 나돌았던 남우식이었지만, 정작 그가 선택했던 길은 평범한 셀러리맨이었다. 쉬운 길을 두고 맨몸으로 사회 일선에 나선 그는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야구선수 출신 대표이사’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다.
전 배재고 내야수, 이제는 ‘학생들의 길잡이’가 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여기, 또 다른 학생 야구 선수 출신 CEO가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안양시 야구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형진(60) 에미텍 대표. 한때 대한야구협회장 선거에도 출마하며, 프로/아마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배문중학교-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시절에는 주로 3루수로 활약하면서 모교의 호성적을 이끌기도 했다.
많은 야구선수 출신 사회인들 중에서도 이형진 회장은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는 인사로 손꼽힌다. 안양시 야구협회장에 취임하면서 충훈고 야구부 창단을 비롯하여 석수 구장 개장 등 경기 안양 지역에서 손꼽히는 야구 사업은 대부분 이 회장의 손을 거쳐 갔다. 그러는 한편, 학생 야구계에 만연되어 있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데 애를 쓰기도 했다. 실제로 충훈고 야구부는 이미 주말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생 선수들에게 무조건 아침 조회 참가와 오전 수업을 반드시 듣게 하는 전통을 만들어 왔다. 학생 야구 선수들은 ‘선수 이전에 학생’이라는 이 회장 특유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은 선수들에게 ‘동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를 썼다.
또한, 이 회장은 자신의 거주지인 안양의 발전을 위해 야구 외적으로도 왕성한 활동력을 선보이는 인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는 ‘바른 안양 사회 만들기 시민 연합 상임대표’를 맡으면서 시민들의 불편한 사항이나 시정의 불합리한 사항을 찾아내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찾아 주는 대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그래서 안양시에서 ‘이형진 회장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우스겟소리도 들려 올 정도다.
이러한 이 회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전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름하여 ‘호위무사 시스템’이다. 이 회장은 “CCTV를 비롯한 기존의 시스템은 사실 사후 처리에 도움을 줄 뿐, 사전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사고가 벌어진 상황에서 원인 규명이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것이 목적 아니겠는가. 중요한 것은 ‘사고를 제로화 시키는 일’이다. 사고의 제로화를 위해서는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도전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학교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학생들은 열쇠고리나 시계의 형태로 ‘개인 코드 입력 송신기’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2단계로 학교 곳곳에 음성 송수신기를 설치하면 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 학생이 폭력을 당할 만한 장면이 포착되면, 본인이 지니고 있는 송신기 버튼을 누르면, 그 정보가 교무실이나 인근 경찰서에 전달된다. 정보가 전달되는 순간, 음성 송수신기가 작동하여 경보음이 울리게 된다.”라며 시스템의 원리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적용하기에 따라서 학교 외에 아파트나 주택가, 야산 등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사고 중/후’가 아닌, 사전 예방 시스템을 고안해 낸 것은 국내에서 이 회장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회장은 “시스템이 갖춰 있어도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2009년에도 해당 시스템의 적용을 안양시에 의뢰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학교 폭력이 발생해 봐야 1년에 몇 건이나 나오겠느냐!”라는 시 공무원의 대답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안양을 비롯한 경기지역 전역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기회비용으로 얻어야 했다. 다만, 최근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인하여 사고 사전 예방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구축되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지방 자치 단체나 학교 기관 등이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대한 비용 지출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는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를 떠나 사고가 발생한 다음에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귀가하는 아이들의 ‘길라잡이’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전임 학생 야구 선수 출신’ 이형진 협회장의 꿈은 그래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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