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검 결과도 현역 2급이었다. 한 차례 부상이 있었지만, 수술 경험도 없었고 부상 이후 몸 상태도 최상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여서 상당히 덤덤했다. 그래서 재작년 10월에 논산으로 입소했고, 기본 훈련을 받은 이후 15사단 전방으로 배치됐다."
상무나 경찰야구단, 그리고 공익 요원도 아닌 현역 복무는 야구 선수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업무를 해야 하는 '국방부 시계'는 운동 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간혹 개인 정비 시간에 개인 운동을 병행할 수 있었지만, 그가 배치된 부대는 놀랍게도 수색대였다.
'수색대 예비역' 안태경의 새로운 도전
수색대는 이미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서 방영되었던 것처럼, 훈련량이나 내무 생활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안태경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분대장 견장을 달고 나서도 별도로 개인 운동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야구 이상의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안태경은 군 생활에서 큰 보람을 찾았다고 한다.
"작년 겨울에 GOP에 올라가서 올 봄에 내려왔다. 그래서 개인 훈련을 하기에 제한이 많이 됐다. 하지만, 군 복무 중 많은 견문을 쌓고 돌아왔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운동을 하면서 책을 많이 안 읽었는데 군 복무에 임하면서 독서량이 많아졌다. 한 달에 많게는 20권 정도 읽었던 것 같다. 야구 외의 지식을 쌓는다는 사실에 큰 즐거움을 느꼈다. 말 그대로 또 다른 인생을 배워 온 셈이다." 안태경의 진심이다. 그렇게 그는 지난 7월에 전역을 맞이하면서 자신 인생의 큰 과제를 해결했다.
이후 안태경은 개인 운동에 전념하며 또 다른 도전을 준비했다. 바로 오는 8월 25일 앞으로 다가 온 '2015 신인 2차 지명'에 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선수 공개 테스트를 통하여 프로 팀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어필하기도 했다.
"사실 전역하고 한 달 정도 안 되는 시점에서 급하게 몸을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선수 공개 테스트 당시에는 '마운드에서 가볍게 몸만 풀고 오자'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정말로 가볍게만 던졌는데, 나중에 스피드건에 표시된 구속은 142km였다고 하더라." 이때부터 안태경은 본인 투구에 부쩍 자신감을 표현했다. 몸 만들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이상의 구속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4년 간의 짧고 굵은 미국 생활이 무의미하지 않았던 셈이었다.
"미국은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가장 인상깊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정확히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부분을 자신이 알아서 시행할 줄 알았던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배웠던 점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야구보다 인생을 배워 왔던 안태경이지만, 미국에서 쌓았던 추억에 대해서도 허심탄회에서 털어놨다.
"입단 첫 해, 텍사스의 전설이기도 한 놀란 라이언 사장님을 만났을 때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때 사장님이 '라이언 체인지업 그립 방법'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아쉽게도 나에게는 맞지 않아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그게 가장 안타까웠다. 또한, 같은 애리조나에 있었던 (남)태혁(당시 LA 다저스)이와도 각별한 사이를 유지했다. 당시 태혁이는 차가 없었고 나는 미국에서 면허를 따서 차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따금씩 태혁이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갔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 하지만, 정작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해외파 선수들을 바라보는 일부 야구계 선배들과 팬들의 '싸늘한 시각'이었다고 했다.
"사실 나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파들이 가장 많은 오해를 받는 것이 '돈을 좇아 미국으로 갔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을 보고 간 것이었다면 오히려 (국내에) 남아 있는 것이 더 안정적일 수 있었다. 다만, 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외를 선택했다고 말하고 싶다. 국내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FA를 취득하면 7~9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메이저리그 도전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수 있었다. 내 몸이 젊고 더 좋았을 때 도전을 선택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것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학금 지급 조건으로 공부 잘 하는 사람에게 하버드에서 입학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그러한 제의를 받은 대상자에게 박수를 쳐 준다.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러한 시도 자체에 박수를 쳐 주지 않는가. 그런데 유독 해외 진출하는 선수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 안태경은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해외파/해외 유턴파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안태경은 올해 신인 2차 지명 회의에 앞서 본인의 존재를 어필해 달라는 필자의 부탁에 "말로 어필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라는 이야기부터 먼저 꺼냈다. '부산 사나이' 안태경다운 말이었다.
"굳이 어필하자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신체 건장한 24살의 젊은 선수라는 점만 이야기하고 싶다. 솔직히 현역도 아무나 가는 것 아니지 않는가. 입단하고 나서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드래프트 이후 '아, 내가 안태경이를 제대로 잘 뽑았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켜봐 달라."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이렇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렇듯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안태경의 야구 인생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해 본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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