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과 한국시리즈(KS)에서 이승엽은 타율 1할대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특히 2차전 연장 10회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와 4차전 0-2로 뒤진 9회 무사 1, 2루에서 모두 땅볼에 그치는 등 삼성이 고전한 원인으로 꼽혔다.
그리고 마지막 7차전에서야 이승엽은 1-2로 뒤진 5회말 1사 만루에서 동점 적시타로 겨우 체면을 세웠다. 이 안타를 바탕으로 삼성은 7-3 역전승을 거둬 3년 연속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타자' 이승엽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KS 7경기에서 1할4푼3리(28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초라한 숫자였다. 더욱이 1년 전 SK와 KS에서 1차전 결승 홈런 포함, 타율 3할4푼8리 7타점으로 MVP까지 올랐던 이승엽이었다.
정규리그에서도 이승엽은 부진했다.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그쳤다. 일본에서 복귀한 2012년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과는 차이가 컸다. 특별한 부상도 없었던 터라 "이승엽도 이제 한물 간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2013년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이승엽은 입술을 깨물었다. KS 7차전 뒤 이승엽은 "야구하면서 이번처럼 걱정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오늘 못 치면 '이승엽은 끝'이라고 마음먹었다"며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내년에 다시 이승엽으로 돌아오고 싶다"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내 이름을 찾도록 하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홈런 3위-타점 6위, 특히 '결승타 1위'

8일까지 타율 2할9푼4리 24홈런 76타점. 홈런 공동 3위, 타점 6위에 올라 있다. 역대급 타고투저의 시대에 어떻게 보면 다소 평범해보일 수 있지만 불혹의 나이를 앞둔 선수라면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영양가 면에서는 올 시즌 독보적이다. 올해 결승타에서 13개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팀 후배 채태인과 에릭 테임즈(NC)의 11개다.
이승엽은 올해 최강 6번 타자로 삼성의 1위 질주의 숨은 힘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최형우, 박석민의 부상으로 중심 타자로도 나서고 있다.
▲8월 8일 롯데전, 또 다시 터진 '8회 한방'

삼성은 6회까지 7-3, 7회까지 7-4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8회초 대거 5실점하며 7-9로 역전을 허용했다. 마운드에 필승조 차우찬-안지만이 나섰다가 당한 일이라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이승엽이 단숨에 처졌던 분위기를 바꿨다. 8회말 통렬한 동점 2점 홈런을 쏘아올려 달구벌을 달궜다. 2000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수차례 명장면을 만들었던 '이승엽의 이닝' 8회 터진 한방이었다.
9회말 채태인의 끝내기 안타가 나올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60승(29패2무)에 선착해 정규리그 4연패를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해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당당하게 다시 야구 역사에 새기고 있는 이승엽. 이 정도면 '특급 칭찬'을 받을 만하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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