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A매치 격인 프로팀 선수들은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 외에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청소년 대표팀으로 구성된, 이른바 ‘B 클래스’의 선수들은 꽤 많은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래서 타이완 학생 야구 선수들의 꿈은 “1순위가 메이저리그, 2순위가 일본야구, 3순위가 자국리그”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실제로 야구에 재능을 보이는 선수들 중 다수는 미국이나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나기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메이저리그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완 야구 국가대표팀으로 선발된 선수 중 해외파가 무려 13명이 포진되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들 중 다수는 일찌감치 모국을 떠나 야구 유학길에 올라 마이너리그 계약을 통하여 미국 야구를 접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타이완 대표팀은 13명의 해외파 선수들을 최종 엔트리에 선발한 바 있다.
해외파 마이너리거 대거 합류... ‘국내리그는 제자리걸음’
이렇게 놓고 보면, 타이완 대표팀의 엔트리가 더 나아 보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완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골고루 발탁했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순수 국내파들로만 엔트리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과 비교해 보아도 타이완 대표팀의 엔트리가 더 짜임새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는 언제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시각’일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해외파는 밀워키 소속의 투수 왕웨이청(22)이다. 그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쌓았던 그는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부담감을 줄 만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17이닝 동안 무려 30안타를 내어 주며 평균자책점이 11.12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외국인 투수들의 공에 눈에 익은 국내 타자들이 그렇게 겁을 먹어야 할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왕웨이청 외에 쟝샤오칭(클리블랜드), 쩡런허, 왕 야오린(이상 시카고 컵스), 후즈웨이, 뤄궈화(이상 미네소타 트윈스) 등이 투수진에 합류했는데, 이들은 아직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타자들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안방에서 했던 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상대는 아닌 셈이다. 다만,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대표팀에 합류한 바 있던 요코하마의 천관위(24)는 양야오쉰(피츠버그)이 빠진 대표팀의 좌완 선발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는 있다.
야수들 중에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없는 가운데, 루키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대표팀에 선발됐다. 클리블랜드 포수 주리런이 그 주인공이다. 기량이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뒤로하더라도 프로 1군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국제무대에서 루키리그 선수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결국, 타선에서는 자국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국제무대 단골 손님’으로 여겨졌던 선수들은 이번에 모두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이렇듯 타이완 대표팀의 모습은 해외파가 대거 합류했다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는 셈이다. 또한, 해외파의 합류는 타이완 프로야구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때 양대 리그 11개 팀으로 운영됐던 타이완 프로야구는 승부 조작 등으로 인하여 팀 해체와 재창단을 반복한 끝에 현재에는 단일리그제의 4개 팀 외에는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자국리그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구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소집으로 이를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타이완 야구를 결승으로 이끈 이들은 사실 해외파가 아니었다. 그나마 당시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던 좌완 양야오쉰 정도가 괜찮은 모습을 보였던 케이스였다.
물론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해외파의 힘에 국내 선수들도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2006년 도하 참사’를 맛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방심’은 하지 말되, 프로다운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타이완을 만난다 해도 승리에 이를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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