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사실 25일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제3경기에 있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덕수고등학교와 지난해 4강 진출에 성공했던 청주고등학교가 16강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기 때문이었다. 두 학교의 대결이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KT에서 선택한 두 명의 1차 지명권 대상자 때문이었다. 덕수고에는 ‘제2의 한현희(넥센)’라는 평가를 받는 사이드암 에이스 엄상백이 버티고 있었고, 청주고에는 ‘고교 우완 투수 빅3’중 최고로 여겨졌던 정통파 주권이 있었다. 이들 중 먼저 주권이 동의대 홍성무와 함께 KT의 우선 지명 대상자로 선정됐고, 엄상백은 이후 1차 지명권 행사를 통하여 KT행을 결정짓게 됐다. 즉, 향후 동료로 만나게 될 두 명의 ‘친구’들이 이 날 경기에서만큼은 ‘적’이 되어 만난 셈이었다.
대표이사 앞에서 ‘프로 예행연습’을 한 엄상백과 주권, 그 결과는?
이 흥미로운 대결은 사실 양 팀 감독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성사되지 못할 뻔했다. 당초 양 팀은 에이스를 아껴 둔 상황에서 ‘제2의 카드’를 선발로 꺼내들었을 수 있었다. 그러나 덕수고 정윤진 감독이나 청주고 장정순 감독 모두 ‘맞불’ 작전을 썼다. 이 흥미로운 대결을 관전하기 위해 ‘미래의 자기 선수’를 보러 KT 스포츠단 김영수 사장이 직접 목동구장을 찾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낭설이 이번 경기에서 보여졌다. 경기 결과가 7-0, 덕수고의 7회 콜드게임 승리로 끝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청주고 주권이 1회 초 1사 1루 위기서 3번 이성진을 병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2회 초 덕수고의 기세를 막지 못한 것이 치명타였다.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던 주권은 결국 또 다른 1차 지명권자인 덕수고 포수 김재성(LG 입단 예정)에게 일격을 당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정윤진 감독은 상대팀 에이스가 나올 것을 대비, 수비력 보강 차원에서 평소 4번을 쳤던 김재성을 6번으로 내렸는데, 이것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결국, 주권은 5회를 넘기지 못한 채 7실점(4자책)하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믿었던 주권이 물러나면서 덕수고의 손쉬운 승리도 가능했던 셈이었다. 이에 본 경기를 지켜본 각 팀의 스카우트들은 한결같이 “청주고가 초반 위기를 잘 이겨냈다면, 9회까지 0의 스코어를 유지했던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라고 전제하면서 “한 번 무너지면 그대로 주저앉는 습성 때문인지, 경기 결과가 너무 손쉽게 판가름났다.”라며 다소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덕수고 엄상백은 7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이 날의 승리 투수로 기록됐다. 한 스카우트는 “프로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 많지만, 내년에 엄상백이 한현희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본다.”라며 그에게 다소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특히, 손목 힘만으로도 146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던질 줄 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체 쓰는 방법만 터득할 경우, 과거 김병현(KIA)이 애리조나 시절 보여 주었던 ‘뱀직구’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일의 동료’가 되는 엄상백과 주권의 1차 대결은 엄상백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이러한 유망주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KT가 어떻게 1군 ‘형님’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과거 2007년에도 대통령배 결승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친 광주일고 정찬헌과 서울고 이형종이 같은 LG 유니폼을 입으며 ‘적에서 동료’로 만났던 경험이 있었고, 이 중 정찬헌은 현재 LG의 필승조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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