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이러한 가운데, 삼성은 롯데와의 원장 3연전에서 꽤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라인업에 포진된 9명의 선수 중 무려 네 명이 20홈런 고지를 돌파했다는 사실이 그러했다.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최형우가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를 밟은 데 이어 박석민도 지난 LG 전에서 스무 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이 둘에 이어 이승엽과 톱타자 나바로 역시 롯데전을 기점으로 20개째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이승엽은 원정 마지막 경기에서 3홈런(7타점)을 몰아치며, ‘국민타자’의 컴백을 알리기도 했다.
13년 전 8월, ‘4연타자 홈런 기록’의 추억
비록 방망이에 잠시 가려져 있지만, 지금의 삼성은 투-타 할 것 없이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상대팀이 유독 삼성을 까다롭게 생각하는 것도 선발-중간-마무리에서 누구 하나 부진해도 이를 매울 수 있는 신진 세력들이 많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13년 전 삼성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방망이’였다.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양준혁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당시 LG 소속), 나머지 선수들이 그의 공백을 메우며 상대팀 마운드를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당시 중심 타선에는 이승엽을 비롯하여 ‘마포’ 마해영이 롯데로부터 트레이드되어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한국형 외국인 타자’로 장수를 한 매니 마르티네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출전 경험이 있던 카를로스 바에르가가 라인업에 포진되어 있었다. 누가 홈런을 터뜨려도 전혀 이상할 것 없었던 당시 중심 타선은 그 해 8월 17일,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만다.
상황은 이러했다. 당시 한화를 홈으로 불러들였던 삼성은 중심 타선에 이승엽-마르티네스-바에르가-마해영 순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맞이했던 3회 말 공격서 선발 한용덕을 상대로 이승엽이 중월 솔로 홈런을 쳐냈다. 뒤이어 등장한 4번 마르티네스 역시 4구째 만에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월 홈런을 기록했고, 바에르가 역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아치를 그려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바로 이때 만들어졌다. 6번 타자로 등장한 마해영이 2구째 만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4연타자 홈런이라는 대기록이 만들어진 시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4명 연속타자 홈런 기록은 단 5번만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두 번 다시 4명 연속으로 홈런을 기록한 팀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의 대기록을 바탕으로 이승엽은 2001시즌을 39홈런, 95타점으로 마감했고, 마해영 역시 30홈런과 95타점을 기록하며 삼성에서의 이적 첫 시즌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4번을 쳤던 마르티네스는 25홈런-96타점을 기록했으면서도 정작 삼성과의 재계약에는 실패했고, 대신 LG로 이적하여 2003시즌까지 1~3번 타순에서 제 몫을 다 했다. 이들 중 이름값에서 단연 앞섰던 ‘메이저리그 올스타’ 바에르가는 4홈런(17타점, 타율 0.275)에 그쳤는데, 정작 한국 무대를 떠난 이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추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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