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8일 심판 합의 판정 제도 시행을 발표했다. ① 홈런/파울에 대한 판정, ② 외야타구의 페어/파울, ③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④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⑤ 몸에 맞는 공 등 5개 항목에 대한 합의 판정이다.
더 공정한 판정을 위한 조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특별한 시뮬레이션 없이 22일 후반기 첫 경기부터 곧바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현장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효과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지만,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감독들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22일 4개 구장에서는 적응이 필요한 장면이 여럿 나왔다.
일단 제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NC-한화의 대전경기. NC의 4회초 공격에서 나성범이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때렸다. 이 때 한화 벤치가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하려 했다. 나성범의 타구가 1루를 타고 넘어갔는지, 바깥쪽으로 넘어갔는지에 대한 합의 판정 요청이었다. 하지만 외야 타구의 페어 또는 파울은 '직선타구로 1루나 3루 베이스를 넘어가 외야에 떨어진 타구'에 대해서만 요청할 수 있다. 심판에게 설명을 들은 한화는 결국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또 사직구장은 더그아웃 뒤에 TV를 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규정상 더그아웃 내에는 노트북,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장비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초 판정 후 30초 이내(이닝교대, 경기 종료 시 10초 이내)에 심판 합의 판정을 요청해야 하기에 가장 가까운 장소에 TV를 설치했다.
그런데 문제는 원정 더그아웃이었다. 삼성 더그아웃에는 TV가 설치되지 않았다. 덕분에 삼성 류중일 감독은 "KBO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전 구장에 홈·원정 가리지 말고 공평하게 TV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SK 이만수 감독도 "솔직히 낯설다. 처음이라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한 번도 안 해봐서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도 우왕좌왕하고, 보는 사람도 낯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적응이 필요한 심판 합의 판정 제도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일단 심판의 수준 향상이다. 심판 합의 판정 요청이 들어오면 심판들은 심판실에 모여 영상을 보며 합의하게 된다. 즉 리플레이를 통해 판정이 번복될 수 있는 만큼 심판도 판정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이번 제도를 계기로 심판의 수준이 올라갔으면 한다"면서 심판도 더 열심히 볼테니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효과는 불필요한 항의의 감소다. 심판 합의 판정 요청이 최대 2회(첫 번째 합의 판정 요청 성공 시)로 제한됐기에 확실한 상황에서만 쓸 수 있다. 덕분에 각 팀들도 TV, 그리고 선수단 간의 다양한 수신호를 통해 요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무작정 항의하는 모습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송일수 감독은 "항의가 신중해질 것 같다. 확실할 때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만수 감독 역시 "예전처럼 뛰어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CBS노컷뉴스 김동욱 기자 grin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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