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스카우트 팀 합류 이후 정 차장의 조언을 받은 운영팀장/스카우트 팀장이 뽑은 선수만 해도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이병규, 봉중근, 오지환처럼 자신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현재 팀의 주축으로 거듭난 선수도 있고, 반대로 그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다른 팀의 지명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 차장은 그러한 선택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되려 “결국은 내 생각이 맞았다는 사실이 증명될 때, 내가 선수를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오히려 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라며 또 다른 유망주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놓친 유망주에 안타까워하기보다 앞으로 다가올 젊은 선수들에게 눈길을 주는 일, 이것이 선수 스카우트의 기본 자질인 셈이다.
‘23년 LG 맨’, 정성주 차장에게 듣는 ‘스카우트 철학’
다년간의 스카우트 경력을 자랑하는 만큼, 정 차장은 선수를 추천하는 데에도 확고한 철학이 있다.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이 바로 ‘멘탈’이다. 물론 기본적인 기량은 갖추고 있어야겠지만, 1차적으로 멘탈이 바로 잡히지 않는 선수들은 그 즉시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1997년과 같이 신인지명 이후 바로 실전에 투입하는 선수들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어차피 신인으로 뽑혀도 몇 년간은 퓨쳐스리그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 투박한 습관을 올바른 자세로 바꾸고, 수많은 실전을 통하여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것은 절대 1, 2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의 성질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결국, 짧으면 3년, 길게는 5~6년을 뙤약볕이 비치는 퓨쳐스리그에서 버텨야 하는데, 이것은 체력만 좋다고 될 것이 아니다. 멘탈이 따라 주어야 천천히 프로야구 선수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것이 반복될 때 비로소 스타가 되는 것이다.”라며 자신의 스카우트 철학을 밝혔다.
사실 ‘프로’라면 구단이 나서기 전에 스스로 절제하고,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흔히 말하는 ‘멘탈’이며, 그러한 멘탈이 전제되지 않는 선수들이 야구 외적으로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멘탈이 없는 유망주는 기량이 좋더라도 즉각 스카우트 대상에서 제외한다.’라는 정 차장의 조언은 현재 고교/대학 유망주들이 반드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행여 그 기량이 아까워 중/하위 라운드에서나마 ‘멘탈이 되지 않은 선수’를 뽑았던 구단은 어떠한 형태로도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두 번째로 정 차장은 “주력과 송구 능력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극복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하여 극복될 수 있는 타력이나 수비력에 비해 주력은 ‘빠른 발’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고, 송구력은 ‘어깨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LG가 뽑은 야수 유망주 중 외야수 배병옥과 내야수 장준원 등은 모두 주력과 송구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던 인원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전제되더라고 정 차장이 늘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스카우트 본인이 ‘냉정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에 얷메이지 않고, 팀에 필요한 선수만 뽑는 것이 스카우트가 지닌 가장 기본적인 품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 차장은 굳이 기자실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선수들을 보지 않는다. 때로는 관중석에서, 때로는 그라운드 바로 뒤편에서 선수들을 다양하게 지켜보고, 해당 선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전제된 이후에야 ‘정직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며, 냉철한 눈을 지닌 채 그라운드를 응시할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눈’이란 선수들을 보는 시각이 될 수도 있지만, 학습을 통한 간접 경험도 포함된다고 정 차장은 이야기한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경우, 그들의 이야기가 100% 맞을 수는 없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경험까지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를 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 차장은 “스카우트라는 직업 특성상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라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간혹 두 자녀가 경기장을 찾을 때도 있지만, 늦은 퇴근으로 자주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추천하여 선택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다 하는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 이러한 힘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또 다시 앞을 향해 달릴 준비를 했다. 올 시즌 2차 신인지명 회의에서는 정 차장과 김현홍 육성팀장의 의중이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LG에서 급료를 받는 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다. 남들이 인정 안 해도 좋다. 내가 할 일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정 차장의 마지막 말은 ‘진짜 프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내일을 더 기대하게 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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