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러한 ‘영웅잔치’는 어느 순간에서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평생 혹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그 하나고, 실제로 그 후유증이 드러난다는 점이 또 다른 하나다. 마쓰자카는 보스턴 입단 이후 첫 2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다나카 또한 최근 양키스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했다. ‘철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가네모토 역시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가기까지 여러 차례 부상과 싸움을 펼쳐야 했다.
끝나지 않은 논란, ‘한계 투구 수’는 정말 있을까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부터 시작된 ‘한계 투구수’ 이론은 투수들의 장수를 이끈다는 점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그래서 기록(퍼펙트, 노히트노런, 완봉, 완투)을 의식하지 않는 이상, 각 팀의 감독들은 선발 투수의 한계 투구 수를 보통 100~120개, 최대 130개로 설정해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해영 대경대 겸임교수 역시 본인의 저서 ‘야구본색’에서 ‘투구 수 100개는 한국 프로야구의 자원을 살리는 길’임을 밝히면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렇다면, 모든 투수들의 한계 투구 수를 일괄적으로 정해 놓는 것이 맞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모두 ‘아니다.’라는 것이 투수코치들과 프로 스카우트 팀의 공통된 견해다. 선수들 중에서도 이른바 ‘고무팔’로 불리는, 신체 조건이 타고난 선수들의 경우 한계 투구 수를 조금 더 늘려 주어도 4일 휴식 후 선발 투수로 다시 등판하는 것에 전혀 이상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휴식 기간 동안 철저한 관리(예 : 트레이닝 센터 등 전문 기관 이용)만 이루어진다면, 투수들의 어깨는 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프로 레벨’에서의 이야기다. 일부 지도자들은 ‘아마야구 시절부터 투구 수 관리에 대한 정확한 이론을 정립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친다. 배영수를 비롯하여 많은 프로야구 스타들을 배출한 대구 경복중학교 원민구 감독은 “개인마다 투구 수에 대한 영향을 달리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고교 시절 부상을 당한 선수들에 대한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라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단순히 고교 시절에 많이 던졌다는 이유로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근본적인 문제는 초등학교 및 리틀리그 시절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원 감독의 생각이다.
원 감독은 “초등학교 시절에 많이 던졌다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어깨가 고장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 선수들은 성장하게 된다. 어깨에 근육이 부으면서 중학 시절에 어깨가 고장 난 줄 모르고 던지는 셈이다. 그 후유증이 고교시절에 나타나는 것이다.”라며 투구 수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고교야구에서 한계 투구 수를 130개로 설정해 놓고 있지만, 이를 초등학교 야구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은 60~70개 투구를 한 선수에게 무조건 3~4일 정도의 휴식 기간을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중학생은 80~90개로 이를 점차 늘려 주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 지도자는 “사실 고교/대학 선수 정도면, 신장이나 체중 등 타고나는 조건이 80~90% 정도 완성된다. 한계 투구 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선수들이 나타나는 것도 중학 시절부터 잘 관리가 되어온 탓이다.”라고 전제하면서 “결국, 고교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마야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초등/중학교 시절부터 선수들에 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계 투구 수 이론에 대한 재정립’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한야구협회를 비롯한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들이 마땅히 귀 기울일 법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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