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3팀(넥센, 두산, LG)을 비롯하여 경인지역의 SK, 충청권의 한화, 호남권역의 KIA는 대부분 본인이 원했고, 또 지명하고자 하는 선수들을 두루 선발했다. 이에 반해 영남권역의 두 팀, 삼성과 롯데의 선택은 제법 파격적이었다. 당초 1차 지명권자로 예상됐던 이들을 뒤로하고 전혀 새로운 유망주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삼성이 주 연고지역인 대구를 벗어나 설악고에 소속된 우완 에이스 김영한을 지명한 것과 동시에 롯데 역시 부경고 포수 강동관을 선택했다.
4~5년 후를 감안한 삼성/롯데의 ‘파격 선택’
사실 1차 지명권자가 발표되기 전만 해도 삼성은 연고지 내 대졸 선수를 뽑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대구 3강’으로 대변되는 상원고, 경북고, 대구고에 이렇다 할 재원이 없었던 반면, 대구지역 출신의 대학 인재들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됐기 때문이었다. 장신 투수 조무근과 빼어난 내야수 박지규 등 ‘성균관대 듀오’를 포함하여 영남대 최민구 역시 삼성이 염두에 둘 수 있었던 유망주였다. 다만, 야수 재원들이 많은 삼성의 사정을 감안해 보았을 때 투수 쪽으로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예상대로 삼성은 투수를 지명했으나, 연고지로 새로 배정된 강원도로 눈을 돌리는 기막힌 한 수를 준비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앞서 언급됐던 대졸 트리오에 비해 김영한은 그리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다. 또한, 투수로 지명을 받았지만, 타자로서의 능력이 오히려 더 나아 보이는 인재이기도 하다. 짧은 투수 경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투구폼이나 구속 등도 아직 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은 4~5년 뒤를 감안하여 과감하게 김영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183cm, 86kg의 뛰어난 체격 조건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가 좋다는 점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롯데의 ‘포수 선택’ 또한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롯데에는 ‘역대 최고 FA 계약’의 주인공 강민호를 필두로 ‘든든한 베테랑’ 용덕한, 포스트 강민호를 염두에 둔 장성우, 현재 경찰 야구단에서 유승안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윤여운 등 쓸 만한 포수 재원이 제법 많다. 지역 최대어 홍성무(동의대)의 KT행으로 롯데 역시 아쉬움을 표할 법했지만, 부산/경남 지역 역시 꽤 많은 유망주가 남겨 있었다. 특히, 부산고 에이스 류진욱을 포함하여 같은 학교의 내야 유망주, 명건우 등도 충분히 롯데가 욕심을 냈을 법했다.
그러나 롯데의 생각은 달랐다. 지역 내 포수 최대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연고지 우선 지명을 마쳤다. 물론 강동관 역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재원이다. 포수로서는 다소 아쉬운 183cm, 80kg의 신체조건을 갖췄다는 사실도 롯데 스카우트 팀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그는 사실 ‘무명’이라는 점 때문에 실제보다 저평가됐던 유망주였다. 공격, 수비, 주루 3박자를 갖췄음과 동시에 포수가 지녀야 할 기본을 자질도 몸에 배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팀 내에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장성우(24)와 강동관의 나이 차이는 6년이다. 다른 유망주를 뒤로하고 롯데가 굳이 강동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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