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것은 KT의 행보가 NC의 창단 초창기와 비슷하다는 데에 있다. NC 역시 창단 후 첫 우선 지명권을 좌-우 투수 최대어(동국대 좌완 노성호, 부산고 우완 이민호)를 지명하는 데 사용했고, 이듬해에는 우완 속구 투수 두 명(영남대 우완 이성민, 북일고 우완 윤형배)을 지명했기 때문이었다. 완성형 선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하더라도 향후 10년 이상 써먹을 수 있는 유망주의 존재는 프로야구 전체의 질적 발전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KT로의 입성, 대학/고교 최대어 홍성무-주권 이야기
부경고 졸업 이후 동의대로 진학한 홍성무는 사실 고교 시절 때에도 큰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당시 그와 함께 부경고에서 원-투 펀치를 형성하던 이가 바로 김동준(넥센)인데, 보통 김동준이 1선발로 나서면 홍성무가 그 뒤를 받치는 것이 당시 부경고의 가장 흔한 광경이었다. 볼 끝이 좋고, 구속 또한 140km 언저리에 오를 만큼 나쁘지 않았지만 그 해 프로 스카우트 팀의 부름을 받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런 그를 불러 준 곳이 바로 동의대였다.
동의대 진학 이후에도 꾸준히 자기 몫을 했던 홍성무는 2~3학년 시절,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쉽게 던지는 투수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저학년 시절부터 일찌감치 상위 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셈이었다. 비록 올해에는 프로 입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저학년 시절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KT는 그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으며 주저 없이 우선지명권을 행사했다.
홍성무의 지명은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이 “무조건 대학 투수를 한 명 뽑는다.”라고 공언한 것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예견이 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주권의 지명은 KT가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다시 대학 투수로 가느냐, 아니면 고교 자원 중 내년 시즌 1군 무대에서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선수를 뽑느냐에 대한 딜레마에 부딪힌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미 우선지명권 두 장을 고졸 선수들에게 썼음을 감안해 본다면, 올해는 두 장 모두 대졸 자원에 쓰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KT는 ‘1년이라도 더 빨리 육성시킬 수 있으면서도 고교 자원 중 구위가 가장 좋은 선수’라는 사실에 더 중점을 뒀다. 그래서 선택한 이가 바로 청주고 주권이다. 지난해부터 황영국(한화)과 함께 에이스로 활약했던 주권은 올 시즌 벌써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재가 됐다. 하지만, 구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그의 ‘멘탈’에 있다. 조선족 출신으로 1995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난 그는 2005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갖은 어려움 끝에 야구를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도 프로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던 이였다. 그 마음이 프로 입단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면, 앞서 입단한 이들보다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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