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상황은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이들이 부상과 싸우며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까지 이르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활을 하는 이들의 머릿 속에는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야 한다.’라는 절박함이 있다. ‘불사조’ 박철순이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고도 어김 없이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인고의 세월’을 이겨 낸 덕분이기도 하다.
재활의 전제 조건? ‘서두름’이 가장 큰 적!
이는 프로야구 선수들에 제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야구 선수들에게서 ‘재활의 정석’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고교 3년, 대학 4년간 인고의 세월을 견딘 이후 프로에 입문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들 중에는 꽤 높은 순번으로 프로에 지명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2012 신인지명 회의에서 NC의 지명을 받은 경희대 손정욱이나 인하대 윤강민 모두 재활 과정을 순조롭게 마친 이후 프로 입단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그런데 부상을 당한 당사자는 그 순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조급함에 빠져 재활 전체를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이 과정 속에서 야구를 그만 두는 이들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래서 재활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서두름’이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단국대 김경호 감독 역시 이를 인정하여 부상 선수들에게는 1~2년 간의 휴식기를 부여한 이후 3학년부터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선수단을 운영한다.
그리고 여기, 한때 우승 후보였다가 부상 선수들로 인하여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있다. 대구 상원고등학교 야구부가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투수 조련사’ 박영진 감독이 이끄는 상원고는 올 시즌 직전까지만 해도 대구지역 내 강력한 주말리그 우승 후보였다. 주장 전호은을 필두로 1학년 때부터 실전에 투입됐던 투수 겸 내야수 정용준, 2학년 좌완 에이스 전상현 등이 ‘삼각편대’를 이룰 경우 상원고 타선이 2~3점만 내도 충분히 승리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월 현재, 이들 셋 중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이는 정용준 뿐이었다. 이 때문일까. 상원고는 전반기 주말리그를 어렵게 치른 끝에 리그 3위로 황금사자기 본선에 올랐고, 2회전 경기에서는 부산고에 3-4로 발목을 잡히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부상으로 잠시 빠져 있는 전호은과 전상현의 공백이 그만큼 컸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대구로 내려온 상원고 선수들은 후반기를 앞두고 더욱 구슬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수력만 안정될 경우 2학년들이 주축이 된 타선은 대량 득점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투수면서도 팀의 살림을 책임 지고 있는 주장 전호은은 부상 부위가 어느 정도 호전되자 다시 공을 잡고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조급함’으로 이어져 100%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물론 어린 선수들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로 인하여 조급함에 빠질 수 있다. 프로 선수들도 언제 그만둘 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을 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재활 기간을 또 다른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 일이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것, 그것이 야구 선수로서 장수하는 방법일 것이다. 현재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전국의 프로/학생야구 선수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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