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천재’라 불리는 어떠한 타자도 평균 10번 타석에 들어서면, 3~4번 안타를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보면, 천재 타자들의 이면에는 6~7번의 아웃이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출루율 역시 마찬가지. 4할 대 출루율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대단하다.’라고 평가하지만, 이 역시 거꾸로 생각해 보면, 10번 중 6번은 출루를 하지 못하거나 에러로 루상에 나감을 의미한다. 결국, 선수들은 수많은 아웃카운트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완벽’에 가까워진다. 이것이 바로 ‘시행착오의 법칙’이다. 이러한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선수 중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는 법이다.
오심, ‘이제는 대책이 없는 싸움’
이는 비단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런트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구단을 ‘프로답게’ 만들 수도 있고, 아마추어 이하의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실수를 줄이는 것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선진화’를 통하여 구단의 질적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를 논하기도 전에 올 시즌 시작과 함께 ‘자질’ 문제가 거론되는 존재가 있다. 그라운드의 포청천,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심판위원들이 바로 그 대상이다.
그런데 심판 위원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은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재판관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그라운드 내 정의 구현’에 힘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무고한 이가 징역살이’를 하게 되는 것과 맞먹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특히, KBO 심판위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몇 차례 오심 논란을 일으킨 바 있어 ‘무고한 선수들과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바 있다. 이럴 때마다 심판 위원들은 자체 징계를 통하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며, 이례적으로 심판위원장까지 나서서 오심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등 주로 ‘대면을 통한 해결’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등장했던 ‘오심 사례’들은 올 시즌에 비해서는 별것 아니라는 인상까지 줄 만했다. 유독 올해는 오심으로 기록될 만한 사례들이 많았다. 아예 한 경기에서 몇 차례나 오심을 범하는 경우도 있었고, 3일 연속 오심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하여 심판을 폭행하는 만행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마땅히 그라운드에 난입한 이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기 마련이지만 상황은 또 묘하게 흘러갔다. 오히려 심판이 ‘폭행을 당할 만했다.’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심판에 대한 권위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셈이다.
사실 심판위원들은 판정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오심 의혹’이라고 붙여진 판정마저 모두 오심으로 여길 만큼 완벽에 가까워져야 한다. 시즌 전체 경기 중 오심률이 1%만 되어도 두 경기당 한 번꼴로 오심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총 54개의 아웃카운트 판정 중 1%의 오심률을 선보일 경우 경기당 평균 0.54개, 2경기당 1.08개의 오심이 발생하는 셈이다. 오심률의 범위를 0.1%로 좁힌다 해도 20경기당 한 번씩 오심이 일어난다는 가정이 성립한다. 그런데 그 1%의 확률이 3일 연속 발생했다. 이는 8백14만 5천 60번의 상황에서 단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와 맞먹는다.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이 바로 여기, 대한민국 프로야구 그라운드에서 일어난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일련에 일어난 오심 사태들이 결코 단기간 내에 해결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뒤늦게 KBO가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 검토를 도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중계 화면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설령 도입한다 해도 그 이전까지 오심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오심 발생시마다 KBO와 심판위원들은 재발 방지 약속과 자체 징계, 대면사과로 끝을 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대책이 없는 싸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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