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초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팀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중위권 수준에서 ‘복병’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됐던 팀이 단숨에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19일 현재, 리그 4강권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과 넥센, NC와 두산은 각각 이러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위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롯데와 KIA, SK는 상위권에 오를 수 있음에도 불구, 가진 전력의 100%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조금만 더’ 롯데, ‘총체적 난국’ KIA-SK
그러나 이들 중 롯데는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4위권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에이스 장원준을 필두로 옥스프링과 유먼,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타고투저’ 현상 속에서도 꾸준히 제 몫을 다 하고 있고, 김승회와 김성배가 번갈아가며 맡고 있는 뒷문도 나름대로 튼튼한 편이다. 다만, 이들 외에는 그다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투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더운 여름을 앞두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롯데의 생사를 가름할 수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쉬어 갈 틈’이 없는 타선은 당분간 큰 변화 없이 운영될 듯하다.
반면 KIA와 SK는 ‘어디에서부터 손을 댈지’ 모를 만큼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지난해에도 ‘부상 악령’으로 인하여 자신들이 가진 전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 KIA는 올해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미 시즌 시작 전, 김진우가 시범경기 도중 정강이 부상을 당한 바 있던 KIA는 김주형(무릎), 김주찬(발바닥), 이범호(옆구리), 김선빈, 김민우, 임준혁(이상 햄스트링), 김주찬(손가락)이 차례로 부상일지에 이름을 올렸다. 그나마 김진우와 이범호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면서 선수 운영에는 다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경기에 투입되는 순간이 KIA 전력의 100%를 발휘하는 시점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KIA는 지난 16일부터 열린 삼성과의 주말 홈 3연전을 모두 내어 주면서 ‘내우외환’에 빠진 상황이다. 마운드에서도 양현종과 홀튼의 ‘원-투 펀치’와 마무리 어센시오 정도만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SK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에이스 김광현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시키기에는 2% 부족해 보이며(4승 5패 평균자책점 4.44), 채병용과 윤희상 역시 100% 몸상태가 아니다. 마무리로 내정된 박희수는 최근 5경기에서 2패만을 당하며 주춤한 상황이며, 팀 내 홀드 1위를 기록중인 박정배도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중이다. ‘지키는 야구’의 대명사였던 SK가 1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중 겨우 7명의 선수만이 5점대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부분도 분명 아킬레스건이다. 타선 역시 이재원과 김강민, 김성현과 스캇, 조동화 등이 제 몫을 다 해 주고 있지만, 주포 최정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다고 하지만, SK 타선에서 최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자못 큰 편이다.
이러한 점을 두루 살펴 보았을 때,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는 선발 투수들의 선전이 이어진다면 얼마든지 4강권을 노릴 수 있지만, KIA-SK는 자신들이 가진 전력을 100% 활용하지 못할 경우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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