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초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팀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중위권 수준에서 ‘복병’ 역할을 할 것으로 예견됐던 팀이 단숨에 상위권에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부상 선수가 많아 자신이 가진 전력의 반도 발휘 못 하는 팀이 있었는가 하면, 시즌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를 잘 수습하여 4위권을 유지하는 팀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과 넥센, NC와 두산이 상위권 구도를 형성하면서 시즌 초반을 주도하고 있다.
‘예상대로’ 삼성, ‘예상 외 선전’ 넥센-NC-두산
시즌 전부터 삼성은 ‘우승 후보’와는 약간 거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나고, 연봉 협상 과정에서 ‘포스트 오승환’으로 손꼽혔던 안지만과 선발 요원 윤성환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누구보다도 어려운 오프시즌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적어도 임창용이 팀에 재합류하기 전까지의 일이었다. 그가 합류하면서 오승환이 떠난 마무리 자리도 자연스럽게 임창용이 승계했고, 당초 마무리 보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안지만도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뒷문이 안정되면서 시즌 초반 중위권에 머물렀던 삼성도 5월이 되자 다시 ‘제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올 시즌 특유의 ‘타고투저’ 현상을 반영할 경우, 선발진의 성적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대로 갈 경우, 최근 3년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경험이 올 시즌에도 삼성에 큰 자산으로 남아 ‘통합 4연패’로 갈 수도 있다.
삼성의 선두 질주가 ‘예상대로’였다면, 넥센과 NC, 두산의 4강 구도 형성은 ‘예상 밖 선전’으로 평가된다. 일단, 넥센은 지난해 서울 연고 이전 이후 처음으로 가을 잔치에 올랐지만, 그 기세가 올해까지 이어지리라 예상하는 이들도 드물었다. 외국인 투수 외에 확실한 국내 선발 투수가 없다는 사실은 불펜 소모를 가중시킬 수밖에 없었고, 이는 마운드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불펜과 타력의 힘을 앞세워 시즌 초반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으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다만,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경우 중간에서 긴 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는 ‘롱 릴리프’와 나이트를 대신하여 다시 국내 무대를 밟은 헨리 소사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상위권 팀을 위협할 만한 다크호스’로 분류됐던 NC는 아예 상위권에 올라 한때 단독선두에까지 오른 바 있다. 과거,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가 창단 최단 기간 내에 가을잔치에 진출했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준플레이오프 이상을 노리고 있다. 외국인 투수 세 명 외에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발 마운드에 큰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김진성이 버티고 있는 마무리 자리는 시즌 내내 NC의 고민거리로 남을 수 있다.
시즌 후 전임 김진욱 감독이 일방적으로 사령탑 자리에서 경질되며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경험했던 두산은 FA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모두 놓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오프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임재철, 김선우 등 주요 베테랑 선수들이 라이벌 LG로 이적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정신적 충격’은 꽤 클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어린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40경기를 치른 현재, 두산은 3위 NC에 불과 반 경기 뒤진 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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