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머니 볼'의 주인공 오클랜드, AL 서부 주인 되나

탄탄한 선발-높은 출루율로 리그 단독 선두 등극

2014-05-10 10:36

▲오클랜드마운드를이끌고있는영건,소니그레이.사진│오클랜드어슬레틱스
▲오클랜드마운드를이끌고있는영건,소니그레이.사진│오클랜드어슬레틱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영화 ‘머니 볼’에 등장하며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추신수와 필더의 영입으로 타선을 보강한 텍사스 레인저스나 천재 타자 트라웃과 베테랑 푸홀스가 버티고 있는 LA 에인절스를 제치고 10일 현재 당당히 서부 지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팀에 비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세대로라면 3년 연속 지구 1위도 바라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보내고도 꾸준히 성적을 냈던 영화 ‘머니 볼’의 모습과 조금도 틀리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머니 볼’에 등장하는 사실이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영화적인 각색을 위하여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것에 불과할 수 있었다. 일단,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02년 오프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단장 빌리 빈은 FA로 팀을 떠난 제이슨 지암비와 자니 데이먼의 대체 자원으로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그 주인공이 데이비드 저스티스, 스캇 헤티버그, 제레미 지암비였다. 그리고 세 선수의 공통분모는 ‘높은 출루율’에 있었다고 영화 속 빌리 빈은 이야기한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해당 시즌에 세 선수 모두 3할 7푼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팀의 지구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외야수 제레미 지암비나 투수 채드 브래드포드가 2002시즌 시작과 함께 오클랜드에 처음 합류했던 것은 아니었다. 둘 모두 2001시즌부터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네 선수의 팀 내 비중이 작지는 않았지만, 정작 당시의 오클랜드를 이끈 선수들은 팀 허드슨-베리 지토-마크 멀더의 ‘투수 영건 3인방’과 4번 타자 에릭 차베스, 유격수 미겔 테하다, 외야수 저메인 다이였다. 그리고 세 선수는 지암비가 양키스로 이적하기 전에도 팀 내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던 이들이었다.

뉴 영건 3인방, 그리고 높은 출루율 ‘오클랜드 색깔 그대로’

그러나 기본적으로 ‘투수력’과 ‘높은 출루율’로 대변되는 오클랜드 고유의 팀 색상은 지금도 변하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오클랜드의 라인업을 구성하는 10명의 타자 중 무려 6명이 3할 4푼 이상의 출루율을 선보이고 있다. ‘포스트 에릭 차베스’로 3루 자리를 맡고 있는 중심 타자 조쉬 도날드슨만 해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7홈런과 24타점을 기록중이면서도 18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면서 0.341의 출루율을 마크했다. 낮은 타율(0.262)에 비해 출루율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리드오프인 노장 ‘코코 크리스프’ 역시 0.260의 낮은 타율 속에서도 0.354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나름 제 몫을 다 해 주고 있는 셈이다.

나름 평균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타선과 달리, 마운드의 높이는 거의 리그 정상급에 다다른 모습이다. ‘투수놀음’인 야구에서 오클랜드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나오는 셈이다. 12년 전, 허드슨-지토-멀더로 꾸며졌던 ‘영건 3인방’ 마운드가 지금은 소니 그레이-스캇 카즈미어, 제시 차베스로 대체됐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28세에 불과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레이는 7경기에 등판하여 4승 1패,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카즈미어와 차베스도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세 선수가 합작한 승수만 10승으로 팀 승리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50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오클랜드로 이적한 마무리 투수 짐 존슨이 초반 난조를 보이고 있지만, 또 다른 ‘믿을 맨’인 루크 그레거슨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는 점도 꽤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완벽할 것만 같은 오클랜드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 영화 ‘머니 볼’에서 묘사된 것처럼 ‘단기전에 크게 힘을 못 쓴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장기 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어느 정도 ‘숫자 놀음’이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여러 변수가 떠오르는 단기전에서는 어느 정도 변칙적인 작전도 필요한 법이다. 실제로 오클랜드는 ‘역대 최장수 감독’인 코니 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아홉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가장 최근 우승은 토니 라루사가 팀을 이끌었던 1989년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 가을 잔치에 초대받았지만,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는 오클랜드가 그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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