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를 듯하다. 지난해부터 몸을 추슬러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막내 구단이 어느새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구단으로 떠오르며 과거 ‘빙그레 이글스’의 영광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아홉 번째 심장, NC 다이노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NC는 1, 2위 간의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 목동 넥센전에서 무려 21안타를 쏟아 부으며 기존에 선두를 달리고 있던 넥센에 24-5 대승을 거두었다. 경기 전까지 반 경기 뒤진 2위에 랭크됐던 NC는 이 한 번의 승리로 리그 단독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NC의 포스트시즌 진출? ‘올해가 기회’
사실 시즌을 앞두고 NC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견이 되어 있었다. 두산에서 FA로 풀린 이종욱과 손시헌이 ‘옛 스승’ 김경문 감독을 따라 창원행 열차를 탔고, 아담이 빠져나간 외국인 투수 자리에 웨버를 채워 넣으면서 지난 시즌을 가장 알차게 보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최근 3년간 가장 뛰어난 신인들을 손에 넣으면서, 노장의 경험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한데 어우러진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1군 무대 경험이 2년밖에 안 되는 젊은 구단인 만큼,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는 무리더라도 어느 정도 리그에서 ‘복병’ 역할을 해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 2014시즌 NC를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NC의 ‘리그 단독 선두’ 등극은 시즌 초반이라 해도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기세대로라면, 1군 무대 진입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빙그레 이글스의 기록을 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은 이미 프로 스카우트 팀들 사이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고교 주말리그와 대학 춘계리그가 한창인 목동구장에서 만난 NC 양후승 스카우트는 “올 시즌만큼 9개 구단이 평준화된 시기는 정말 없었다. 누구나 우승 후보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만약에 우리(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면, 올해가 가장 적기일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누구나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지만, NC가 가진 무기를 100% 활용한다면, 창단 최단기간 내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밝힌 셈이었다. 이에 대해 양후승 스카우트는 “FA 영입으로 타선의 힘이 늘어난 것은 논외로 치자. 반전의 열쇠는 마운드에 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 시즌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5명의 안정된 선발 투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팀은 그 다섯 명 중 이미 세 명을 외국인 투수로 채워 넣을 수 있다. 다른 구단보다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쓸 수 있는 신생팀 혜택이 올해로 마지막이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사실이다. 내년이면 창단 4년째를 맞이하는 NC는 더 이상 신생 구단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당연히 네 명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은 ‘좋든 싫든’ 국내 무대를 떠나야 한다. ‘누구를 내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기 전에 포스트시즌을 노린다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일까. NC는 네 명의 외국인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을 다 하며 팀 선두를 이끌고 있다. 에릭과 찰리, 웨버 등 세 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8승(4패)을 합작했고, 내야수 테임즈도 7개의 홈런과 0.313의 타율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물론 NC가 포스트시즌을 노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성적이 시즌 끝까지 이어져야 함과 동시에 기존 선수들의 분발도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8개 구단 ‘형님’들에 맞서 1군 무대 진입 2년 만에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지 점쳐 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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