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룸바는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갖춘 ‘한국형 외국인 타자’였다. 특히, 2004시즌에는 타율 0.343, 33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면서 일본 진출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비록 일본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다시 국내로 돌아온 이후에는 타율 0.308, 29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면서 현대 시절의 마지막을 지키기도 했다. 이때 까지만 해도 현대 시절의 종결과 함께 브룸바도 한국무대를 떠나는 듯싶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인 2008년을 비롯하여 메인 스폰서 없이 운영됐던 2009년까지 팀에 남으면서 제 몫을 다했다. 한때 두 명의 아들들도 야구장에 데려올 만큼, 브룸바에게 넥센은 매우 특별한 팀이었다.
넥센 외국인 선수 로티노, ‘브룸바+클락’의 결정체?
브룸바가 주로 4번 타자로서 자기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면, 클락은 전천후로 넥센의 라인업에 포진됐던 이였다. 팀 사정에 따라서 1번, 3번, 6번이나 하위 타순에도 배치되면서 철저히 ‘작전’을 잘 수행하기로 유명했다. 국내/외를 떠나 이러한 유형의 선수들이 감독들에게 중용되기 마련이다. 2008년 한화에 데뷔하면서 22홈런을 기록한 이후 넥센으로 이적했고, 이적 이후 타율(0.290)과 홈런 숫자(24개)가 증가하면서 다시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클락의 장점은 성실함이었다. 국내 선수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클락은 2010년 중도 교체되기 전까지 철저하게 목동을 지킨 사나이였다. 그래서 그가 떠날 때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유독 많았었다고 한다.
이후 넥센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운영하면서 이전과 같은 브룸바/클락 같은 타자들을 구경할 수 없었다. 그러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3명으로 늘어나면서 넥센 역시 오랜만에 타자를 영입할 수 있었고, 그들의 선택은 ‘비니 로티노(34)’였다. 물론 그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두산의 칸투, SK의 스캇과 같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넥센 내부적으로는 ‘작전 야구’에 능할 수 있는 선수가 왔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오래지 않아 증명되었다.
로티노가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외야 수비 외에 포수 포지션에 대한 소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그는 벤 헤켄이 선발로 나설 때면 포수 마스크를 쓴다. 행여 주전 포수들의 기용이 여의치 않을 경우 그에게 안방을 맡길 수도 있다. 또한, 1루 수비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넥센 염경엽 감독 입장에서는 이만한 ‘복덩어리’가 어디 있냐고 말할 법하다. 영입 당시까지만 해도 LG의 조쉬 벨과 함께 큰 기대를 했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의 활약이 더 크게 보이고 있다. 타격에서도 발군의 재능을 발휘하면서 26일 현재까지 타율 0.397(리그 1위), 1홈런, 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비록 누적 스탯은 앞선 브룸바나 클락보다 나을 것 없어 보이지만, 3할 타율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까지 저평가되어서는 곤란하다. 현재는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되어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테이블 세터에도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한 점이다. 이쯤 되면 ‘넥센의 마지막 타자’였던 브룸바, 클락의 공통분모를 닮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앞선 두 이도 성실함을 바탕으로 개인보다 팀을 위해 뛰었던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팀을 위해 헌신하는 로티노의 모습은 곧바로 팀의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현재 넥센은 2위 SK에 1.5경기 앞선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꾸준하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외국인 선수의 존재가 든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시즌 초반, 선두권 싸움을 벌이는 넥센이 당분간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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