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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5년 전을 떠올리는 '2014년 양키스'

FA 리빌딩+일본 프로야구 스타 플레이어로 '월드시리즈 우승' 목표 성취할까

2014-04-26 00:58

▲개인통산31연승을기록중인다나카는메이저리그의가장'핫'한아이콘이다.사진│뉴욕양키스
▲개인통산31연승을기록중인다나카는메이저리그의가장'핫'한아이콘이다.사진│뉴욕양키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메이저리그가 4월 말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FA 리빌딩’이라는 초 강경책을 내세운 뉴욕 양키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개막전에서 휴스턴 에스트로스에게 2-6 패배를 당하며 좋지 않은 출발을 보이는가 싶더니, 자신들의 홈에서 열린 시즌 첫 경기에서는 ‘내일 모레 마흔’이 되는 구로다의 역투로 4-2 승리를 거두었다. 이후 FA를 통하여 양키스와 장기 계약을 맺은 이들이 서서히 힘을 내면서 마침내 지구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서도 ‘영원한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는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동부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지난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의 영광을 재현할 기세다.

재미있는 것은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올해와 같은 ‘FA 리빌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제이슨 지암비 등이 떠난 1루 자리에는 젊은 마크 테세이라를 눌러 앉히는 데 성공했고, 투수 최대어인 C.C.사바시아와 우완 속구 투수 A.J.버넷을 데려오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은 예상대로 양키스 라인업과 마운드에서 제 자리를 지키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당시 유니폼을 갈아 입었던 선수들 중 양키스를 떠난 이는 버넷 뿐이었다.

서로 닮은 모습, 2009년과 2014년의 양키스

그러나 양키스의 이러한 행보를 ‘묻지마 투자’로 치부할 수는 없다. 2009년 당시 영입한 멤버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이었고, 7~8년 계약을 안겨 주어도 충분히 양키스에서 전성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마크 테세이라를 비롯하여 사바시아 등 2016년까지 계약이 보장된 이들의 나이는 아직 34세에 불과하다. 물론 투자 대비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FA는 사실 크게 매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라는 변수를 감안한다면, 해당 선수의 가장 좋은 모습을 뉴욕에서 볼 수 있다는 ‘무형자산’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는 올 시즌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투자를 향한 전제조건도 5년 전과 똑같았다.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그리고 포스트시즌 탈락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에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도 더 이상 ‘사치세(선수 연봉 총액이 1억 8천 9백만 달러 이상일 경우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부과하는 일종의 과태료. 일명 189 프로젝트)’에 대한 문제를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들은 스토브리그 초반부터 ‘시원한 투자’에 나서며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2014 스토브리그가 조기에 달아 오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포스트 데이먼/그랜더슨’으로 양키스가 점찍었던 이는 제이코비 엘스버리였다. 이미 라이벌팀의 중견수를 데려와 우승을 맛본 경험(쟈니 데이먼)이 있던 그들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똑 같은 방법으로 보완했다. 대가는 데이먼을 영입했을 때보다 비쌌지만, 이적 이후 그는 3할 타율과 4할에 가까운 출루율을 선보이며 기대했던 만큼 해 주고 있다. ‘포스트 포사다’의 자격으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포수 브라이언 맥켄 역시 20경기에 출장하면서 포수로서 나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는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세웠다. 20경기에서 3홈런을 기록 중인 현 추세대로라면, 7년 연속 20홈런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양키스의 FA 투자가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세 명의 일본인 선수들에 있었다. 아직 백업 멤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지만, 이치로는 지난 시즌까지 단 한 번도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놓친 일이 없었으며, 25일 현재까지 2,755안타를 기록했다. 간혹 대수비 요원으로 그라운드에 나설 때면, 안정된 수비로 실점 위기를 막기도 했다. 아직 시즌 초반임을 감안한다 해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이치로는 0.371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엘스버리나 벨트란, 가드너 중 한 명만 삐끗해도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이가 이치로다.

올해를 앞두고 은퇴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구로다 역시 ‘내일 모레 마흔’이 맞나 싶을 만큼 쾌투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다저스에서 양키스로 이적한 이후에도 단 한 번도 10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친 일이 없었으며, 메이저리그 입성 7년차 만에 개인 통산 70승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3년간 200이닝 이상 던졌다는 점은 그의 꾸준함과 나이는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난 오프시즌에서 가장 큰 바람을 몰고 온 ‘다나카 마사히로’는 메이저리그 입성 직후 동양인 최다 몸값을 경신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의 계약 규모는 7년간 1억 5,500만 달러로 연 평균 2,200만 달러 이상이다. 일부에서는 ‘다나카 몸값 거품론’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그는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4경기에서 29와 1/3이닝을 소화하는 역투를 선보이면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다. 이 정도 모습이라면, 다르빗슈가 텍사스에서 데뷔했을 때 이상으로 메이저리그에 ‘일본선수 센세이션’을 일으킬 법하다. 여전히 그는 일본에서와 같이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2009년 월드시리즈 MVP는 이들의 대선배격인 마쓰이였다. 당시에도 FA와 일본인 선수들을 앞세워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갔던 셈이었다. 올해는 이와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2009년이여 다시 한 번!’이라고 이야기하는 양키스가 과연 5년 만에 다시 왕좌를 탈환할 수 있을지 자못 흥미로워지는 2014 시즌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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