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김기태 감독 자진사임으로 본 '어두운 프로야구 자화상'

한국 프로야구 인사 풍토에 대한 '경고 메시지'

2014-04-23 23:44

▲110경기를남긴시점에서자진사임을선택한LG김기태감독.사진│LG트윈스
▲110경기를남긴시점에서자진사임을선택한LG김기태감독.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한 지역에 야구단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야구단에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시설/장비적인 측면과 인력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답변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일단, 시설/장비적인 측면이 100% 충족되었다고 했을 때, 인력적인 측면에서 어떠한 인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은 반드시 도출되어진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상당히 쉽다. 야구를 하는 데 기본이 되는 선수만 갖춰지면 일단 경기 자체는 성립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동호회 수준’의 야구단이 운영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그렇다면, 야구에 선수만 있으면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잘 던지고 잘 치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늘 이기는 시합만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팀에는 사실 감독이나 코치가 필요 없다. 알아서 놔 두면 잘 돌아가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시설/장비적인 지원’만 100% 이루어진다면 야구단 구성을 100% 선수로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라는 것은 사실 ‘종합 스포츠’다. 9회까지 가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조율해 주는 ‘야전사령관’의 존재는 분명 필요하다. 적어도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놀이 수준의 야구가 아니라면, 상대를 기만할 줄도 알고, 자신이 보유한 자원을 100% 활용할 줄 알아야 승리에 가까워 질 수 있다. 승리에 가까워져야 자신의 몸값도 오르는 법이다. 말 그대로 ‘프로’이기 때문에 감독이 필요한 것이고, 코디네이터 해 줄 수 있는 인원이 필요한 것이다.

김기태 감독 자진사퇴, ‘얼룩진 우리 사회의 일면’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을 ‘메니저(Manager)’ 라고 표현한다. 어원 그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좋은 작전이 나와도 패배로 이어지면 그것은 결코 성공한 것이 아니며, 즉흥적인 사인이 나와도 그것이 승리로 이어지면 ‘신의 한 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감독의 요건은 단순히 ‘머리가 좋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승리할 수 있는 기회와 절대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시간적인 투자가 현실이 되었을 때 비로소 명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감독을 보좌하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노력, 감독을 인정하고 따라야 하는 선수들의 노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나의 팀’이라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여러 번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10년간 단 한 번도 감독, 코칭스태프, 프런트 인원들이 바뀌지 않았다는 데에 기인한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그대로 넥센에 남아 어려운 시간을 보낸 이후 현재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매년 들려 오는 ‘감독 경질’ 및 ‘자진 사퇴’ 소식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프로 스포츠의 기본이 ‘승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 ‘승리’를 위해 기다려 줘야 하는 시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와 같이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월드시리즈에 우승을 못 하는 구단이 있고, 몇십 년 동안 제펜시리즈 우승을 놓친 구단도 있다. 팬들은 바로 이러한 ‘기다림’ 속에서 우승에 대한 염원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LG 김기태 전임 감독은 한화전 1승 뒤 2연패를 당한 이후 자진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 한국 프로야구의 형태는 궁극적으로 ‘성적 지상주의’가 근본이 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기태 전 감독의 이른 사임으로 한국 프로야구는 거의 매년 감독이 한 명 이상 교체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물론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 맞다. 그것이야말로 ‘모든 일을 책임진다는’ 메니저(Manager)’의 기본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110경기나 남은 시점에서 왜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임의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계약기간’과는 관계 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인사들을 무조건 배제시킬 수 있다는 ‘한국 프로야구식 인사 풍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특히, 지난 2002년 김성근 감독 해임 이후 LG는 무려 6명의 감독이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이광환, 이순철, 양승호 대행,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 이 중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운 이는 김재박 전 감독이 유일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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