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 날은 ‘류현진/추신수 활약’ 외에도 또 다른 안타까운 소식이 전달되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날이기도 했다. 바로 시애틀 메리너스 마이너리그 산하 트리플 A에서 활약 중이던 내야수 겸 포수 최지만(23)이 도핑 검사 도중 ‘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 약물이 검출됐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50경기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로 돌아왔다. 이러한 ‘믿기 힘든’ 소식에 실망감을 표한 이들도 있었고, 성급한 야구팬들 중 일부는 그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최지만을 향한 변론, ‘성급한 결론은 이르다!’
하지만, ‘금지 약물이 검출되었다.’라는 것이 곧바로 ‘금지 약물을 상습적으로 복용했다.’라는 사실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지만 스스로 ‘무슨 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힌 만큼, 약물에 대한 직접 복용이 아닌, 제3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최지만은 더블 A 시절에도 여러 차례 도핑 테스트에 임했지만, 그때마다 ‘음성’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확실한 결론이 도출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물론 ‘알렉스 로드리게즈’의 사례처럼, 약물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선수들의 ‘과오’가 밝혀지면서 소량의 금지 약물 검출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선수가 억울하게 징계를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며, 항소를 한다 해도 승소할 가능성 또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나마 항소까지 가는 기간도 60일 이상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최지만이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한 것도 ‘시간문제’에 쫓겼기 때문이었다. 승소할 가능성이 작은 싸움에도 패소할 경우, 해당일로부터 50일 징계가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올 시즌 메이저리그 승격은 불가능해진다.
사실 그는 같은 시기에 미국 땅을 밝은 그 어떤 동기생들보다 강력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눈물 젖은 마이너리그 햄버거’를 먹었던 이였다. 인천지역의 저명한 아마야구 감독이었던 아버지(故 최성수 감독)를 여의고 난 이후, 친형(전 SK 불펜 포수 최지혁)도 군 입대를 선택하면서 어린 나이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그만큼 ‘야구로 성공하겠다.’라는 절박함이 컸고, 이는 곧 성적으로 이어졌다. 고교 시절, 투수와 포수를 두루 경험했을 만큼 ‘팔방 미인형’ 이라는 점도 그의 가치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본인은 이러한 평가에 애써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고교 시절에는 “내 실력이 프로에 입단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일찌감치 그에게 눈독을 들였던 동국대로 입학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의 시애틀행은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입단 이후 계약금 전액을 어머니에게 드릴만큼 남다른 가족사랑을 자랑했던 최지만. 이제 더 큰 꿈을 눈앞에 두고 또 다른 시련을 맞이한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결백 유무가 밝혀질 때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추후 다시 도핑 테스트에 임할 경우 ‘음성’ 판정이 나오면 앞선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 그저 지켜보는 것이 최지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괴로운 이는 먼 이국땅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최지만 본인일 것이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