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사고는 야구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대부분의 구단은 ‘무 응원 경기’를 펼치며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과 사망자들의 명복을 기원했고, 관중들 역시 침묵 속에서 소속팀을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고 당사자들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구단에서는 ‘무 응원 경기’에 대한 암묵적인 틀을 깨고 응원을 펼친 것으로 드러나 해당 응원 단장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야구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
사고의 발생은 사실 ‘작은 사건들의 사전 징조’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세월호가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선박을 운영했다면, 사고라는 것은 애초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 설령 생겼다 해도 최소한의 피해로 사고 규모 자체를 줄였을 수 있다. 이러한 경고 신호를 무시한 결과가 사고 규모를 곱절로 키운 셈이었다. 이는 야구계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선수들도 대부분 ‘잠재적인 사고’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인프라’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프로의 경우 퓨쳐스리그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연습 구장과 숙소를 새로 짓는 등 ‘야구 타운’을 건설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대구 시민야구장과 서울 목동야구장은 여전히 ‘야구하기에 까다로운 구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 구장이 건립될 때까지 여러모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대구 시민구장은 혹서기 때 가장 ‘야구하고 싶지 않은 구장’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목동구장은 폭우가 쏟아지고 난 다음에는 대책이 없다. 행여 폭우가 쏟아진 이후 날씨가 맑아져 경기 속개라도 하는 날에는 아예 스펀지로 그라운드에 있는 빗물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젖은 그라운드에서 불규칙 바운드가 발생하면 야수들 모두 야구공에 얼굴을 맞을 수 있다. 삼성이 새 야구장을 건립하고, 넥센이 ‘고척동 돔구장 이전’을 검토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젖줄’이라고 하는 고교/대학야구 선수들은 아예 ‘부상의 위험’에 대놓고 노출되어 있다. 특히, 목동구장 외에 이들이 주로 경기를 하는 구의/신월구장을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차 시설의 불편함과 편의 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뒤로하더라도 선수들이 안심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특히, 외야로 향하는 타구를 ‘펜스 플레이’ 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구의/신월 구장이다. 어쩌다 펜스에 부딪히는 선수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응급 처치 요원이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간다. 해당 선수는 ‘괜찮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것이 누적되어 결국은 큰 부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가 바로 ‘프로 스카우트 팀’이다. 업무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야구장을 찾지만, 턱없이 부족한 내부 공간으로 인하여 10개 구단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 자체가 없다. 그런 점에 있어서 열악한 야구장의 존재는 프로구단 스스로도 ‘좋은 인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인천 LNG 야구장은 아예 서해바다 위에 떠 있다. 또한, 송도 외곽과 맞닿아 있어 100% 개발이 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편의 시설은 엄두도 못 낼 정도다. 교통사고의 위험 또한 높은 편. 2차선 도로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최악의 경우 대형 버스가 서해 바다에 침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국제 야구장 규격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어진 석수 인조잔디 야구장이 그나마 경기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KT도 한때 석수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고려했다고 한다.
이렇듯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사고 발생이 높고, 편히 쉴 수도 없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청춘을 담보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얼마 전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버금가는 대형 사고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아마야구의 수장 격인 대한야구협회를 비롯하여 대한야구협회의 필두 주주인 한국야구위원회 모두 ‘남의 일’로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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