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왕년 덕수고 듀오, 나경민-김진영 이야기

방출 이후 군 복무... 2년 뒤 '신인지명 회의'를 노린다!

2014-04-07 23:46

▲2009대통령배우승당시의덕수고.당시멤버였던나경민과김진영은졸업후미국땅을밟았다.사진│김현희기자
▲2009대통령배우승당시의덕수고.당시멤버였던나경민과김진영은졸업후미국땅을밟았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6일, 서울 구의야구장에서는 ‘2014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한창이었다. 첫 경기에서는 올 시즌 부쩍 실력이 향상된 선린 인터넷고가 배재고에 5-0으로 영봉승한 것을 비롯하여 조 1위를 놓고 혈전을 펼친 장충고와 성남고의 경기에서는 성남고가 2-1로 승리하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지방보다 서울권 학교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같은 조에 속한 학교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을 펼쳐 추후 ‘왕중왕전’의 형태로 열리는 황금사자기 대회를 기대하게 했다.

이렇게 학생야구 선수들이 전국 각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구의구장에서는 제3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덕수고와 청원고 선수들이 양옆 관중석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지난해 덕수고를 ‘프로 3군’ 이상의 실력으로 키워 낸 정윤진 감독이 있었다. 2시 반으로 예정되었던 경기가 앞선 두 경기의 지연으로 인하여 잠시 정체되는 사이에 정 감독은 지난해 못지않게 좋은 모습을 보였던 2009시즌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덕수고는 대통령배 우승과 청룡기 4강에 오르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였는데, 그 중심에 섰던 이들 중 무려 두 명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외야수 나경민과 에이스 김진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2년 후 드래프트, ‘덕수고 듀오'도 있음을 눈여겨봐 주오

두 명의 선수 중 먼저 미국행 비행기를 탄 이는 나경민이었다. 당시 덕수고의 리드오프였던 나경민은 웬만한 땅볼 타구도 내야 안타로 만들만큼 빼어난 야구 센스를 지닌 유망주였다. 특히, 1루에 나가기만 하면 2루를 훔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정도였다. 이에 나경민은 그 해 해외로 진출했던 선수 중 가장 많은 액수의 계약금을 손에 넣으면서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이치로(뉴욕 양키스)를 연상시키는 주루 센스와 정교한 타격 실력을 감안해 보았을 때, 당시 미국땅을 밟았던 고졸 유망주들 가운데 나경민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커 보였다.

실제로 나경민은 루키리그와 싱글 A를 전전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더블 A로 승격하더니, 2012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샌디에이고에는 노장 마크 캇세이를 필두로 케머런 메이빈 등 호타 준족의 외야 요원이 메이저리그에 버티고 있었지만,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을 동시에 갖춘 이는 메이빈 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당시 트레이드는 오히려 나경민에게 복이었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메이저리그 조기 승격도 불가능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2013시즌을 앞두고 팀에서 방출되며 다시 국내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나경민을 포함하여 시카고 컵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투수 정수민과 외야수 김동엽, LA 다저스 남태혁 등이 대부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벽은 상당히 높았고, 그 안에서 거주지와 음식, 언어 등으로 3중고까지 스스로 극복해야 했다. 한때 ‘2010 신인 지명회의 1라운드 지명감’으로도 평가됐던 나경민은 이제 서서히 팬들의 뇌리 속에서 잊히는 듯했다. 방출 이후 현재 군 복무에 임하면서 다시 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학년 때부터 덕수고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김진영은 사실 2010년 시즌에 가장 먼저 미국 진출을 선언했던 유망주였다. 그가 선택한 곳 역시 1년 선배 나경민이 몸을 담았던 시카고 컵스였다. 최고 구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바탕으로 실전 경험만 쌓는다면 상위 리그 승격도 불가능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 외로 그는 루키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애리조나 단기리그에서는 줄곧 잘 던졌지만, 이후 난조를 보였던 것이 치명타였다. 그러다 2012년에도 에리조나 단기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점차 두각을 나타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김진영은 미국에서 자취를 감추며 ‘아무도 모르게’ 국내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병상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고 한다.”라는 말로 김진영의 근황을 전했다. 현재 그도 군 복무에 임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규정상 올해나 내년에 드래프트에 나올 수는 없지만, 정영일이 뒤늦게나마 지명을 받았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둘에게도 전혀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때 고교야구를 평정하면서 호기롭게 미국 땅을 밟았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게 되는 날, 국내 프로구단 스카우트 팀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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