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박경완 은퇴식으로 본 '한국 프로야구 포수 사(史)'

이만수에서부터 강민호까지 '수비공격형 포수' 꾸준히 등장

2014-04-06 00:13

▲현역시절의박경완SK2군감독.그는지난5일공식은퇴식을끝으로현역생활을마감했다.사진│SK와이번스
▲현역시절의박경완SK2군감독.그는지난5일공식은퇴식을끝으로현역생활을마감했다.사진│SK와이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SK와 한화의 경기 종료 직후 박경완 현 SK 2군 감독의 공식 은퇴식이 열렸다. 한국 프로야구 포수 2세대 격인 그의 은퇴에 많은 이들이 기립 박수로 경의를 표했고, 박 감독은 팬들에 대한 사랑을 훌륭한 후학 양성으로 보답하겠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박경완이 선수 시절의 전부를 SK에서 보낸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SK는 그의 등번호를 영구 결번 처리하면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또한, 그만큼의 대우를 받을 만했다.

사실 ‘포수’라는 포지션은 모든 야수들을 정면에 놓고 수비하는 유일한 포지션이다. 그만큼 투수를 포함한 선수단 전체의 심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이에 따라 한 경기의 ‘살림’을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프런트나 코칭 스태프로 근무하는 이들 중에는 유난히 ‘포수’ 포지션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명포수 출신’은 상당히 드문 편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명포수는 상당히 드물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도 ‘월드시리즈의 사나이’ 요기 베라를 포함하여 LA 다저스의 로이 캄파넬라, 신시내티 레즈의 자니 벤치 정도다. 그만큼 야구에서 포수는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만수와 김경문, 김동수와 박경완-진갑용, 그리고 강민호

프로야구 ‘포수 1세대’의 선두 주자는 단연 이만수 현 SK 감독이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 1위)에 오른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다. 타격도 빼어났지만, 수비나 상대 타자들의 심리를 간파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여 당대 최고의 안방마님으로 칭송받았다. 이후 태평양을 건너 미국 마이너리그 유급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길에 들어선 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를 역임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기도 했다. ‘은퇴한 스타 플레이어는 명 지도자가 될 수 없다.’라는 항간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날려버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감독 외에 NC 다이노스의 ‘젊은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김경문 감독, 현대 유니콘스 왕조를 건설하는 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던 금광옥 동산고 감독 등도 ‘한국 프로야구 포수 1세대’를 이끌었던 주인공이었다. 경찰야구단 유승안 감독 역시 MBC 청룡에서 개막전 포수 마스크를 썼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네 사람 모두 프로나 아마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공통 분모를 안고 있다.

이들의 영향 때문인지 ‘포수 2세대’들 중에는 국가대표를 한 번 쯤 겪어봤던 인재들이 많이 탄생했다. 1990년 신인왕의 주인공 김동수 현 넥센 코치, 그리고 지난 5일 은퇴를 선언한 박경완 SK 2군 감독,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삼성의 진갑용 등이 그러한 이들이었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김동수 코치는 마흔 번째 생일에 개인 통산 200홈런을 기록함은 물론, 2009년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무려 2,039경기에 출장했던 ‘철인’이었다. 비록 몇 차례 부침을 겪었지만, 20시즌 동안 현역 생활을 유지하면서 총 네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은퇴 이후에도 넥센의 안방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지난해 서울 이적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 코치보다 1년 늦게 프로에 입문한 박경완 감독은 쌍방울 시절부터 ‘거포 본능’을 보여 주었던 포수 유망주였다. 이후 현대-SK를 거치면서 수많은 ‘영광의 시절’을 보냈고, 포수라는 어려운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314홈런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수비공격형’ 포수라는 칭호를 받았다. 또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과 같은 국제 무대에도 등장하여 대표팀 에이스들을 이끄는 데 최선을 다했다. 은퇴 직후 ‘2군 감독’이라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러한 박 감독의 경험을 높이 산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로써 SK는 1, 2군 감독들이 모두 현역 시절 포수 출신 스타 플레이어라는 공통 분모를 안게 됐다.

이들의 뒤를 이어 진갑용과 조인성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올해로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진갑용은 벌써 18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으며, 두 번째 FA를 통하여 SK 유니폼을 입게 된 서른아홉의 조인성은 벌써 17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두 이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단 포수는 롯데의 강민호가 유일하다.

최근에는 포수 포지션에 대한 기피 현상 때문인지 초등학교 시절부터 포수를 경험해 온 이가 드물 정도다. 이는 곧바로 아마야구 지도자들의 큰 고민거리로 연결된다. 포수 할 만한 재원이 없다 보니 그나마 야구 센스가 가장 뛰어난 이를 포수에 앉힌다. 이러한 풍토 속에 프로에 입단한 ‘포수 재원’들은 2~3년간 기본기부터 다시 배우게 된다. 강민호 이후 젊은 포수들이 나오기 힘든 것도 바로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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