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시즌 신인 2차 지명 회의 현장은 일순간 술렁였다. LG 트윈스가 3라운드에서 포수를 지명하는 승부수를 뒀기 때문이었다. 이미 1차 지명에서 고졸 투수 최대어, 서울고 이형종을 영입한 데 이어 2차 1라운드 지명에서도 광주일고 에이스 정찬헌을 품에 안은 것을 염두에 둔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지명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특히, ‘포스트 조인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던 LG로서는 젊은 포수의 수혈이 그만큼 시급했다. 그러나 김태군이 3라운드에서 지명될 만한 인재인지에 대해서는 당시로서도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로 언급되곤 했다. 실제로 그가 입단한 이후에도 LG 안방은 거의 조인성-김정민 등 노장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당시 LG의 선택은 ‘지극히 올바르고 상식적인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듬해 신인지명 회의에서 포수를 선택한 구단은 넥센과 삼성, SK에 불과했고, 그나마 프로 입문에 성공한 세 명의 선수들 중 넥센 박동원만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또한, 퓨쳐스리그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쌓은 김태군은 2011년 시즌, 100경기에 출장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만약 그가 ‘2차 드래프트’에서 NC의 선택을 받지 않았다면 이후 LG의 안방은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화랑대기의 왕자’ 김태군, NC의 새 별 되다!
사실 김태군은 부산고 시절,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유망주였다. 정수민, 안태경 등 추후 미국으로 떠난 선수들과 배터리를 이루었지만, 정작 본인이 주인공이었던 순간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 2007년,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제59회 화랑대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당시 부산고는 결승에서 라이벌 경남고에 5-4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는데,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한 이가 바로 김태군이었다. 팀의 주장으로서 리더십이 뛰어나 선수단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고 코치 재임 시절, 그를 잠시 지켜 봤다는 차정환 현 영남대 코치는 “2007년 이후 많은 포수가 나왔지만, (김)태군이가 가장 나았다.”라며 그의 성장 가능성에 큰 점수를 주었다. 이후 김창혁(LG), 안중열(KT) 등 부산고 안방을 책임지는 A급 포수들이 많이 나왔지만, 이들 중 김태군만이 1군 무대를 경험했다.
김태군의 장점은 ‘화려하지 않은 꾸준함’에 있다. 2루 송구 능력이나 투수 리드 등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팀 공헌도가 큰 만큼, 김경문 감독이 신임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NC의 팀 평균자책점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이럴 경우, 방망이 실력은 ‘덤’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김태군은 이러한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방망이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전까지 김태군은 4경기에 출장하여 11타수 5안타, 타율 0.455를 기록중이다. 특히, 지난 주중에 열린 광주 3연전에서는 세 경기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위닝 시리즈를 이끌기도 했다. ‘집 근처’인 부산 가까이 적을 옮기면서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페이스라면, 지난해 생애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던 기록(112경기)을 경신할 수 있다.
김태군의 활약이 반가운 것은 지금은 없어진 ‘화랑대기 대회’에서, 7년 전 MVP를 차지했던 이가 세삼 프로에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그가 올 시즌을 마치고 난 이후 어떠한 모습으로 야구팬들 앞에 나타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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