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 외에 각 구단에서 제출한 1군 엔트리 명단을 보면, 다소 파격적인 선택을 한 구단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다. 당초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용규가 당분간 지명타자로 출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도는 가운데, 안방을 지키게 될 포수 자리는 아예 ‘신예’들로 구성됐다. 프로 3년차를 맞이하는 고졸 엄태용과 입단하자마자 1군 엔트리에 오른 대졸 신인 김민수가 그 주인공이다.
겁없는 신예 안방마님들, ‘경험부족’ 극복할까.
북일고 졸업 이후 2012 신인지명 회의에서 연고팀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은 엄태용은 사실 포수로서의 재능보다 타자로서의 재능에 더 눈길을 끌던 유망주였다. 좋은 체격 조건(183m, 85kg)을 바탕으로 심심치 않게 장타를 많이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도 당시 북일고를 이끌었던 2학년 트로이카(NC 윤형배, 두산 김인태-송주영)들과 배터리를 이루었던 경험이 있었다. 포수 자원이 부족했던 한화로서는 ‘포스트 신경현’ 찾기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고, 같은 값이면 지역 내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랬던 엄태용은 지난해 김응룡 감독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1군에서 백업으로나마 기회를 얻게 됐고, 총 39경기에 출장하여 0.234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렇다 해도 올 시즌 엄태용의 개막전 엔트리 합류는 다소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화 포수들 중 정범모가 가장 많은 출장 기회를 부여받았기 때문이었다. 방망이 실력은 이미 고교 때 검증을 받은 만큼, 이제 안방에서 어떻게 혼자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화의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히려 엄태용이 백업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김 감독이 눈여겨본 인재는 대졸 포수 김민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지난해 신인지명 회의에서 대졸 포수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 해도 1군 경험이 일천한 신인에게 안방을 맡긴다는 것은 보통 배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 김민수는 상원고 시절부터 포수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유망주였다. 포수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발이 빨라 ‘제이슨 캔달’과 비슷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2009년도에는 청소년 대표팀으로도 선발되어 조국에 아시안 청소년 야구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당시에도 그는 주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문성현(넥센) 등과 배터리를 형성한 바 있다.
대학 진학 이후에는 파워까지 늘면서 심심치 않게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2루 송구 능력은 웬만한 프로 선수들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눈여겨보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결국, 한화의 정영기 팀장은 2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주저 없이 김민수의 이름을 부르며 만족감을 표했다. 드래프트 전까지 “빨리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 예를 들어 KT나 삼성, 한화 등에 지명되면 좋겠다.”라며 살짝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결과 역시 그의 바람대로 된 셈이었다.
대학 시절 그를 지도했던 영남대 차정환 코치는 “타력과 수비 모두 나무랄 데 없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개막 엔트리에 오른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라며 단언한 바 있다. 그리고 ‘대학 선배님(주 : 영남대를 졸업한 차 코치는 김민수의 10년 선배이기도 하다)’의 예측대로 그는 개막 엔트리에 오르며 주전 포수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일단, 둘의 패기에는 큰 점수를 줄 만하다. 다만, 두 이의 지난해 1군 출장 경기 수는 39경기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프로 3년차 엄태용 혼자 기록한 것이다. 결국, 두 이를 중용하는 김응룡 감독의 용병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축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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