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반대로 ‘각 팀에서 우승을 놓치게 된다면 무엇 때문일 것인가?’라는 다소 이색적인 질문을 던져 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각 팀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아킬레스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 강팀일수록 자신들의 약점은 최단기간 동안 극복하기 마련이며, 이는 장기 레이스인 정규시즌에서 순위 싸움을 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한다.
거꾸로 바라보는 아킬레스건, ‘이래서 우승 못 해!’
타석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할 선수도, 선발로 뛸 선수도 많고, 중간계투 요원도 풍부하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외국인 선수 3명 없어도 1년 농사를 거뜬히 지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과 LG의 지금 상황이 딱 그러하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이 팀에게도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내내 사실상 외국인 투수 한 명만 운영했던 LG는 선발 필두에 서 주어야 할 리즈가 빠져나가면서 리오단이라는 대체 선수를 얻었다. 시범 경기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는 하지만, 여차 하면 그도 조기에 보따리를 쌀 수 있다. 외국인 투수 두 자리에 대한 고민이 시즌 내내 이루어진다면,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모습을 올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3번이나 4번 타순에서 활약하게 될 내야수 벨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철저히 무명이었다.
삼성 역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편할 정도. 나바로가 ‘제2의 가코’가 될 경우 삼성으로서는 아예 외국인 투수 두 명만으로 팀을 꾸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그나마 있는 외국인 투수 두 명 중 마틴은 부상으로 4월 말에야 투입할 수 있다. 해외파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외국인 선수들에 그치지 않는다. 극적으로 팀에 합류하게 된 임창용은 과거 명성을 감안한다 해도 ‘내일 모레 40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수단 계약이 가장 늦어졌던 구단이 삼성이기도 하다. 이 점이 정규시즌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두산은 홍성흔을 제외한 베테랑 선수들이 거의 집을 떠났다. 더구나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주역이었던 김진욱 감독마저 해임됐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이를 극복해 보고자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고참 선임들은 팀에 남았어야 했다. 초보 감독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생각보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두산은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가장 압도적인 4번 타자’를 보유한 넥센은 어느 때보다 탄탄한 타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운드 역시 손승락을 필두로 젊은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마운드 필두에 서야 할 나이트 역시 ‘내일모레 마흔’이며,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 외에는 풀타임 선발로 뛰어 본 인원이 드물 정도다. 선발이 무너지는 경기가 누적될수록 넥센 역시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 있다.
KIA는 FA로 이용규가 빠져나간 가운데, 이대형이 고향팀 유니폼을 입으며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만약에 이대형이 LG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KIA 타선 역시 대대적인 수정 변화가 불가피하다. 윤석민이 빠져나간 마운드 역시 고민거리. 하지만, 이보다 더 KIA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바로 ‘부상’이다. 정근우가 빠져나간 자리를 메워야 하는 SK는 김광현의 부활이라는 대전제마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NC와 롯데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동일한 행보를 걸어 왔다. FA 영입 등으로 전력 보강에 성공했기 때문. 당연히 객관적인 전력은 향상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 두 팀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리드 상황에서 완벽하게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마무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갈 경우 힘겹게 영입한 FA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화는 정근우와 이용규의 가세로 순식간에 국가대표급 테이블 세터를 구축했지만, 이 두 사람만으로 야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선수들의 활약도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마운드 높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올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