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한 가운데, 시즌 시작 전마다 늘 ‘연례행사’처럼 시행되는 것이 ‘우승 후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내놓는 것이다. 대부분 투수력과 타력,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관계 등을 두루 살피며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선수단이나 데이터에 대한 분석도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상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최하위로 예상했던 구단’이 의외의 선전을 보이며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LG와 넥센을 4강권 후보로 보는 이들이 드물었을 정도였다.
우승 후보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정통 마무리’
어쨌든 우승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운드의 높낮이에 대한 부분이며, 그 중에서도 ‘정통 마무리’가 건재하느냐의 여부도 우승으로 가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아메리칸리그의 ‘단골 우승후보’인 뉴욕 양키스, 최근 3년간 한국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일궈낸 삼성 라이온스 모두 뒷문이 탄탄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모 투수코치는 “선발이 무너지면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마무리가 무너질 경우 경기는 그대로 끝이다.”라는 말로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9개 구단 마무리 투수들을 점검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3년간 A급 마무리 투수를 앞세워 나름대로 성과를 냈던 구단들의 행보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있는 구단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만하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삼성과 LG, 넥센과 SK를 손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실 이 중에서 삼성은 꽤 극적으로 ‘마무리’를 새로 얻게 된 케이스다. 오승환의 일본 진출로 유일한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졌던 마무리를 미국에서 돌아온 임창용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의 가세로 ‘예비 마무리’로 내정됐던 안지만은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아니다 싶으면 둘의 자리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선택 폭은 꽤 넓은 편이다.
LG는 최근 2년간 64세이브를 올린 왼손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있다. 올해로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3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더욱 농익은 피칭으로 LG의 뒷문을 지켜 줄 것이 확실시된다. 그가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경우 정현욱, 유원상, 이동현 등이 보조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서울 연고 이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넥센은 ‘2013시즌 세이브 왕’이자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손승락이 버티고 있다. 군 전역 이후 줄곧 마무리로 뛰었던 그는 뒷문을 지킨 이후 단 한 번도 평균자책점이 3점 이상을 넘어간 일이 없었다. 올해도 봉중근-임창용(혹은 안지만) 등과 함께 세이브 1위 쟁탈전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앞에 한현희, 조상우 등 신예들이 버티고 있다는 점도 손승락에게는 호재다.
SK에서 마무리로 내세울 박희수는 사실 ‘정통 마무리’는 아니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닌, ‘홀드’가 주어지는 상황에서 등판했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정우람을 대신하여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뛰었던 것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다만, 지난해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다. 박희수가 지난해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경우 SK의 선두권 싸움은 의외로 힘들어질 수 있다.
이에 비해 나머지 5개 구단의 마무리 투수는 꽤 유동적인 편이다. 롯데는 김성배, 정대현, 최대성 등 굳이 한 명에 국한되지 않은 여러 명의 투수를 시험해 볼 수 있고, KIA의 마무리 투수는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초반 검증이 필요하다. NC 역시 4강권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김진성이나 이민호가 풀타임으로 자리를 잡아 줄 필요가 있고, 한화 역시 ‘믿을 만한 마무리 투수’에 대한 고민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운 두산은 마무리로 이용찬을 낙점했으나, 그도 사실 풀타임 마무리로 뛰었던 두 시즌(2009~10년) 동안 단 한 번도 3점대 미만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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