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일부에서는 “프로 1군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신인이 줄어들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른바 ‘특급 신인’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실제로 7년 전 신인왕을 받은 임태훈도 사실 선발로 뛴 것은 아니었다. 입단 첫 해에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뛴 이는 8년 전 신인왕을 받았던 LA 다저스의 류현진 정도였다. 이쯤 되면 특급 신인 실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의 모델이 점차 ‘메이저리그’와 비슷한 구조로 간다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래프트를 통하여 입단한 이가 첫 해에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2군 무대를 통하여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이들이 ‘깜짝 스타’로 그라운드에 나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셈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메이저리그 신인왕들은 국내 정서로 살펴보았을 때 모두 ‘중고 신인왕’인 셈이다.
2014년 신인왕? ‘올해도 중고 신인에 주목’
이는 올 시즌이라 해서 예외는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시범 경기를 통하여 일부 신예들이 실전에 나섰지만,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시범 경기는 ‘스프링캠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따라서 베테랑들은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여러 가지 시험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최근 3년간 입단한 신예들 중 군 입대로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이들을 추려 신인왕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유망주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이들 중 넥센의 조상우(20)는 염경엽 감독이 필승조로 전진 배치할 만큼 신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고교 1학년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로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연투 능력 또한 나쁘지 않아 여차하면 선발로도 나설 수 있다. 시즌 내내 자기 자리를 지킬 경우 ‘홀드왕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일 수 있다.
조상우와 함께 2012 고교야구에서 ‘우완 속구투수 빅3로’ 손꼽혔던 NC의 윤형배와 롯데의 송주은도 빼놓을 수 없는 재원들이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내내 2군이나 재활군을 전전하며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올해부터 부상을 털고 내심 1군 무대를 밟고자 하는 욕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영남대와의 연습 경기에서 중간계투 요원으로 나와 묵직한 공을 던졌던 송주은은 언제든지 1군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를 지니고 있고, 부상 복귀 이후 올 시즌을 벼르고 있는 윤형배는 드래프트 당시까지만 해도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로 평가받은 바 있다. 이들 중 누가 한국 프로야구 우완 정통파 속구 투수의 계보를 이을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중고신인 타자’들 중에서도 제법 눈에 띄는 재원들이 많다. 마산고 졸업 이후 2010년 신인지명 회의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문선엽은 1군 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2012년부터 2년간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에 임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신인왕 경쟁에 합류한다면, 2008년 최형우에 이어 또 다시 ‘경찰야구단 출신 외야수 신인왕’의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시범 경기 이후 넥센 염경엽 감독이 직접 “퓨쳐스리그에서 경험을 쌓게 하겠다.”라고 공언했던 외야수 강지광도 빼놓을 수 없다. 강지광 스스로 타자로서의 경험이 일천한 것을 알지만, 언제까지 퓨쳐스리그에서 뛸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다 싶을 경우 곧바로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이 프로야구의 세계다. ‘포스트 박병호’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다면, 서건창 이후 ‘넥센표 중고신인왕’을 볼 수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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