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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0]잠실 3루 라이벌전, 송구홍 vs 임형석의 추억

1992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접전 펼치며 라이벌 관계 형성

2014-02-20 19:09

▲필드코치시절의송구홍운영팀장(사진우측).사진│LG트윈스
▲필드코치시절의송구홍운영팀장(사진우측).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요즘 LG 트윈스에서 가장 바쁜 이를 꼽으라면, 송구홍(46) 운영팀장일 것이다. 기존 선수들과의 연봉 재계약을 완료하고, 외국인 선수 선발까지 끝내며 잠시 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에이스 리즈의 부상이라는 암초가 송 팀장을 가만 두게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리즈의 재활을 도우면서도 그의 공백 기간 동안 국내에서 활약해 줄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일단,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마감되어가는 만큼, 조만간 LG의 대체 외국인 선수가 등록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굳이 외국인 선수 영입이 아니더라도 스프링캠프에 나타나 감독과 수시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것도 운영 팀장이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송 팀장도 사실 현역 시절에는 ‘잘 나가는’ 내야 요원이었다. 1990년 LG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팀에 입단했던 송 팀장은 아홉 시즌 동안 현역으로 뛰면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역 은퇴 이후에는 오직 한 팀(LG)에서만 필드 코치를 경험했고, 11시즌 동안 지도자 경력을 쌓은 이후에는 프런트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도전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송구홍의 발전에는 그를 위협하는 ‘라이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잠실 3루의 주인은 나의 것, LG 송구홍 vs OB 임형석의 추억

주인공은 같은 서울을 연고로 쓰고 있던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의 내야수 임형석이었다. 한양대 졸업 이후 송구홍보다 1년 먼저 프로에 입단했던 임형석은 데뷔 년도에 주로 백업으로 출장하며 0.224의 타율을 기록했다. 송구홍이 입단했던 1991년에는 출장 경기 숫자(109경기)가 많아졌지만, 역시 0.239의 타율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부터 둘의 라이벌 관계가 본격적으로 조명됐다.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고 그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송구홍은 타율 0.304, 20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며 당시 3루수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코너 내야수로서 기록한 137개의 안타 역시 적지 않은 숫자였다. 20-20 클럽 달성과 당시 LG 타선 중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보였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그의 골든글러브 수상도 불가능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임형석 역시 공교롭게도 그 해에 3년차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안타(119개)나 타율(0.290)면에서는 송구홍에 미치지 못했지만, 3루수로서 꽤 많은 26개의 홈런(리그 3위)을 기록하며 OB 타선을 책임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당시에도 ‘3루수 골든 글러브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뜨거웠던 이 대결의 승자는 송구홍이었다. 역시 3루수 가운데 최고의 타율을 선보였다는 점과 20-20 클럽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고작 10표(송구홍 77표, 임형석 67표)밖에 되지 않았다. 만약에 임형석이 타율에서 조금만 더 힘을 썼다면 결과는 충분히 뒤집힐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이는 1992년을 이후로 단 한 번도 20홈런 고지를 밟지 못했다.

임형석은 이후 1996년까지 OB에 몸담고 있다가 이듬해 롯데로 이적했다. 이적 이후 36경기에 출장했지만, 0.210의 타율을 기록한 것을 끝으로 프로에서는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현역 시절 통산 기록은 타율 0.247, 476안타, 48홈런, 240타점에 이르렀다.

반면 송구홍은 1993년에도 3할 타율을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고, 이후에도 꾸준히 출장 기회를 잡으면서 현역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도 1998년과 1999년에는 각각 해태와 쌍방울 유니폼을 입으면서 ‘평생 프랜차이즈 스타’로는 남지 못했다. 그나마 2000년에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현역 시절 통산 타율 0.272, 622안타, 42홈런, 235타점을 기록했다.

은퇴 이후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임형석이 서울 모처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반면, 송구홍은 알려진 대로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이후 현재 운영팀장을 맡고 있다. 지금은 4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지만, 두 사람도 한때는 잠실구장의 3루수 주인 자리를 다투었고, 지금도 그 추억 속에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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