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MLB 입성' 윤석민이 극복해야 할 '3가지 악재'

살인타선 유명한 AL 동부 소속, 선발 경쟁, 소속팀 위상 모두 극복해야

2014-02-19 22:19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1990년대 까지만 해도 ‘야구로 거액을 벌 수 있다.’라는 명제가 성립할수 것은 일부 스타 플레이어들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였다. 그만큼 억대 연봉은 선동열과 같은 선수들에게만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고, 여기에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 역시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질 때가 있었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한국 야구의 위상이 조금씩 올라간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전성기 시절의 진필중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시장에 나왔을 때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반응은 매우 시큰둥했다. 그것이 한국 프로야구 시장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냉철한 평가’였다.

그러나 지난해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직행했고, 올해에도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시각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방증해 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더라도 FA 권리행사를 통하여 메이저리거 부럽지 않은 금액을 손에 넣는 이도 있다. 4년간 60억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 환율로 계산해도 약 550~600만 달러에 해당하는 거액인 셈이다. 메이저리거들 중에서도 이 정도 금액을 손에 넣기란 상당히 어려운 법이다.

윤석민이 극복해야 할 ‘3가지 악재’

어쨌든 윤석민도 말 많고 탈 많았던 이번 오프시즌을 마감하면서 많은 연봉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모든 옵션을 달성할 경우 총액 1,000만 달러 이상 받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혹자는 ‘국내에 남아 있어도 그 정도 수준의 계약(4년간 100억 원 추정)을 맺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계약 규모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큰 무대를 바라는 그의 마음 속에는 늘 ‘메이저리그’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문제는 윤석민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선발 한 자리가 확보되어 있는가의 여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그를 영입한 이후에도 볼티모어는 준척급 선발 투수들을 다수 영입했고, 이에 따라 선발 다섯 자리를 놓고 최대 8명이 경쟁을 해야 한다. 롱 릴리프나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 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문제는 결국 ‘멘탈’에 있다.

두 번째는 타자에게 다소 유리한 볼티모어 구장의 구조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판도를 극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러한 리그의 구장일수록 강력한 속구를 바탕으로 아예 타자들이 공을 못 치게 하거나 땅볼을 유도하여 왠만한 타구를 외야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 박찬호가 네셔널리그(LA 다저스)에서 아메리칸리그(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겨 왔을 때 가장 애를 먹었던 점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었다. 특히,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템파베이 레이스의 타력은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이다. 선발이냐 불펜이냐를 떠나 윤석민은 당장 올 시즌부터 이러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당시의 호투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볼티모어 댄 듀켓 부사장의 태도다. 듀켓 부사장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시절, 이상훈과 김선우를 비롯하여 송승준, 채태인 등 유독 한국 선수들을 많이 뽑아갔던 것으로 유명했다. 한때 메이저리그 계약 직전까지 갔던 정대현의 영입 시도 역시 듀켓 부사장의 작품이었다. 이쯤 되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무명의 최은철(현 볼티모어 스카우트)에게 마이너리그 계약을 안기면서 대구 상원고 2학년 투수 김성민(현 후쿠오카 경제대학)까지 데려오려는 무리수를 띄웠다. 그 흔한 신분조회 절차 없이 3학년 진학 전 계약서 사인을 종용한 것이다. 명백한 규약 위반이었다. 이 여파로 인하여 아직까지 볼티모어 스카우트 팀은 대한야구협회가 주관하는 그 어떠한 대회에도 참관을 못 하게 되어 있다. 그러는 한편, 비공식적인 친선전이나 연습 게임에 모습을 드러내며 ‘빈 틈’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볼티모어 입단을 선택한 윤정현(동국대 중퇴) 역시 비슷한 케이스. 한국 선수들에게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이는 듀켓 부사장도 결국은 철저한 시장 경제 논리에 움직이기 마련이다.

물론 윤석민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도 3년간 보장되어 있는 금액(557만 5000달러)은 변하지 않는다. 잠깐의 부상이 있었지만, 28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로 충분히 옛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질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선 세 가지의 악재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실력으로 모든 것’을 잠재우는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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