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여기, 프로 입단 유무를 떠나 적지 않은 ‘프로야구 선수’들을 후배로 둔 이들이 있다. 단국대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유진 코치와 야수조를 지도하는 이용민 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현역 시절 포지션도 달랐고,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둘은 단국대 동문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제자이자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경호 감독을 필두로 두 코치가 철저하게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단국대는 대학야구에서 야구 외적으로 탄탄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젊은 리더의 선두 주자, 코치 김유진/이용민
충암고-단국대 졸업 이후 1992 신인지명 회의에서 LG 트윈스에 지명을 받은 김유진 코치는 무려 8년간 프로선수 생활을 했던 이였다. 적지 않은 기간 동안 1, 2군 무대를 전전했지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8시즌 동안 38경기에 출전하여 69와 2/3이닝을 소화하면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기 때문. 1998 시즌을 앞두고 쌍방울로 이적하면서 가능성을 선보이기도 했지만(29경기 2패, 54이닝, 평균자책점 3.17) 딱 거기까지였다. 이듬해 7경기에 출장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한 이후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잠시 방황할 법했지만, 그는 천상 야구인이었다. 모교 투수 코치로 부임하면서 프로시절 배웠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자신이 부족했던 점을 후배들은 배우지 않기를 바라며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김 코치는 후배들을 지도할 때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될 때까지’ 몸에 익히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김 코치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새가슴인 투수들도 여기(단국대)에만 오면 강심장이 되어 나간다.’라는 점이었다.
“경기고 졸업 이후 입학한 (오)승환이도 그랬고,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 받은 (박)지훈이, (손)동욱이 모두 저학년 때에는 새가슴이었다. 특히, 다쳐서 대학에 온 친구들이 다시 공을 잡았을 때 ‘또 아프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자신 있게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배들을 지도할 때 내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바로 이러한 점이었다.” 김 코치의 말이다. 올해 에이스로 나서게 될 윤수호, 김정민, 이창재 등 ‘단국대 4학년 트리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김경호 감독이 4학년 투수들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던 이유도 김 코치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마운드에 대한 일체 사항은 김 코치에게 일임한다.”라는 말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단국대에서 타격과 수비를 지도하는 이용민 코치는 사실 프로시절 경험이 없다. 북일고 졸업 이후 성실함을 인정받아 단국대에 입학했지만, 그를 불러 주는 구단은 없었다. 하지만 이 코치는 졸업과 동시에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자신을 직접 지도했던 김경호 감독이 모교 코치로 그를 스카우트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이에 이 코치는 스승의 부름에 보답이라도 하듯, 선수들의 혀를 내두를 정도로 후배들을 훈련시켰다. 그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가장 나중에 나오기를 반복했다. 북일고 사령탑 시절, 그를 지켜 본 이정훈 현 한화 2군 감독이 임수민 코치의 후임으로 그를 추천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감독의 추천으로 잠시 북일고 유니폼을 입었던 이용민 코치는 2년간 자신의 또 다른 모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한 이후 다시 ‘원래 직장’인 단국대로 복귀했다.
이용민 코치의 별명은 ‘리틀 이정훈’이다. 펑고 하나를 쳐도 가벼이 하는 법이 없다. 주루 플레이나 배팅 훈련을 해도 후배들이 행여나 ‘단 한 번의 흐트러짐’이라도 보이면 가만있지 않는다. 그 즉시 훈련을 중단하고 열심히 할 만한 다른 선수들을 부른다. 선수들이 혀를 내두르면서도 이 코치의 지시를 두말없이 따르는 것은 그러한 강도 높은 훈련이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김 감독은 “내일은 OO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준비하려 하면, 어느샌가 이 코치가 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내 생각을 잘 읽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훈련을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프로나 아마를 막론하고 우승에 이르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어떠한 작전을 내리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지도자들의 몫이다. 올 시즌 단국대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좋은 재원’들을 바탕으로 지도자들의 자세 또한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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