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이 모두 끝나 한적한 대구 시민구장. 그곳을 홈으로 쓰는 삼성 라이온스는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지 오래였다. 주인 없는 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 있었으니, 바로 단국대학교 야구부원들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배팅, 디펜스, 피칭 할 것 없이 선수들을 두루 지켜보며 선수들을 총괄 지도하는 이가 있었다. 리더는 ‘잠자리 눈’을 가져야 한다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의 이야기를 몸소 실천하는 단국대 김경호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그래서 김 감독 앞에서 선수들은 ‘농땡이’라는 것을 피울 수 없다.
아침부터 시작된 훈련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다.’라고 인사하는 제자들을 향하여 모자를 벗으며 답례하는 것도 잊지 않는 김 감독이다. 이쯤 되면 여느 감독들과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고교야구 사령탑이나 프로 스카우트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학 야구에서 김 감독만 한 사람이 없다고 입 모아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를 만나서 5분 정도만 이야기해 보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또한, 선수단을 운영하는 형태만 보아도 그의 지도 철학은 단순히 말 한 마디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김 감독의 모습은 대학 야구 지도자들의 ‘롤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부각을 시킬 만하다.
‘기술보다는 멘탈이 우선’, 단국대 김경호 감독의 ‘지도 철학’
김 감독의 지도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술이나 재능보다 멘탈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정신 무장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야구도 잘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자기 재능만 믿고 연습을 소홀히 하거나 아예 연습에 빠지는 선수들을 ‘전력 외’로 분류한다. 행여 그 선수가 뒤늦게나마 야구장에 나타나면, “뭐 하러 왔노? 그냥 가라! 등록금 내고 일반 학생들처럼 공부하건 말건 알아서 해!”라며 뒤도 안 돌아본다. 설령 그 선수가 전국무대에서 에이스로 통하거나 4번 타자로 쓸 수 있는 유망주라 해도 절대 예외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선수보다 ‘정신이 올바로 박힌 선수’에게 기회를 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의외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에이스나 4번 타자가 빠진다고 해서 문제될 것 없다. 싹이 보이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 된다. 그러한 선수들 중에서 또 다른 보석이 나온다. 선수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법이다.” 김경호 감독의 지론이다. 그래서 단국대 야구부는 선수 한 명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경기가 별로 없다. 이는 선수 보호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신입생들을 스카우트하는 과정도 면밀히 살핀다.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이나 창원구장에서 김 감독을 찾기 쉬운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김 감독 외에도 타 대학 야구부 감독들도 간혹 야구장을 찾지만, 김 감독처럼 거의 매일 야구장에 출근하는 이는 드물 정도다. 프로에 갈 만하지만, 아직 부족한 선수들을 미리 지켜본 이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있고, 후배 감독들을 통하여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때에도 김 감독만의 ‘선수 선발 원칙’이 있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내가 직접 스카우트한다. 그런데 후배 감독들이 ‘우리 애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그 선수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지 않고 좋은 점만 포장하려고 들면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다. ‘이 친구, OO는 잘하는데 ㅁㅁ는 부족합니다. 이 점만 보완하면 되니까, 이 친구 좀 키워 주십시오. 내년에는 좋은 놈 하나 보내겠습니다.’라고 솔직히 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 알았다. 내 고려해 보마.’라고 이야기하고 그 친구의 이후 행동을 본다. 그렇게 해서 아무 이상 없으면 두말없이 데리고 온다. 지도자는 솔직해야 한다.”
이렇게 새내기가 된 선수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가공된 다이아몬드가 나오는 법이다. 그래서 단국대는 지난 7년간 대학리그전 우승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 최근 프로야구 신인지명 회의에서 유독 상위 라운더를 많이 배출(박지훈, 손동욱, 이홍구, 김태우 등)했다.
최근 몇 년간 명문대 야구부 감독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면서 한때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대학야구. 김경호 감독과 단국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성적보다 사람이 먼저인’ 모습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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