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영웅들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노장' 황충이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장수를 못지않게 전장을 누볐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투혼을 아끼지 않았던 최고의 장수였다. 비단 황충 뿐만이 아니라 오나라 개국 공신 황개, 70이 넘은 나이에도 전장을 넘나들었던 조자룡 등도 삼국지 전반에 걸쳐서 등장하는 '노장' 들이다. 나이 든 장수들이라면 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백전노장'들의 지혜가 없다면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쉽지 않은 법이다. '전사연구'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라울 이바네즈, 구대성, 이병규 '노장 만세'
이러한 가운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노장'들의 활약이 들려오고 있어 색다른 감동을 전해 주고 있다. 먼저, 소식이 들려 온 것은 메이저리그였다. 이번 FA 시장의 또 다른 '블루 칩'이기도 했던 라울 이바네즈가 LA 에인절스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것. 내년이면 마흔 두 살이 되는 백전노장에게 에인절스가 손을 내민 것이다. 대우 또한 기본급 275만 달러, 최대 옵션 225만 달러로 나쁘지 않았다. 만일 이바네즈가 모든 옵션을 달성할 경우 최대 5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바네즈의 입단에 대해 일부 야구팬들은 다소 의외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바네즈의 올 시즌 성적을 감안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는 1996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딱 두 번만 30홈런 이상을 기록(2006/2009년)했는데, 올해에는 그에 못지않은 29홈런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로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셈이었다. 더 대단한 것은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120경기 미만으로 출장했던 시즌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의 몸에 대한 내구성에 의심을 가질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그가 올 시즌 기록한 29홈런은 테드 윌리엄스 이후 40세가 넘은 선수가 친 홈런 중 가장 많은 홈런이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한 방송사에서는 그를 노장의 대명사인 '황충'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바네즈에 이어 이번에는 남반구 호주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은퇴 이후 호주 이민을 선택한 구대성이 호주리그 세이브 부문 랭킹 1위를 달라고 있다는 소식이 그것이었다. 물론 호주리그는 야구 선진 3국에 비해 치르는 경기 숫자가 적고, 선수들 대부분 '본업'이 있어 프로리그라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뒤로하더라도 올해 44세가 된 구대성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7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자기 관리에 능한 구대성의 모습을 감안해 본다면, 50번째 생일을 호주리그 그라운드에서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역시 '노장'들의 활약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지명타자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LG의 이병규는 역대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최고령 사이클링, 최고령 타율왕에 오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에 LG는 그에게 3년 계약을 선물하며, 최소 42세까지 뛸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줬다. 이 정도면 '한국산 조 디마지오'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할 법하다. 이병규 외에도 내년 시즌에는 류택현(42)과 송지만(40)도 나란히 그라운드에 선다. 마흔을 넘겼으면서도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활약을 선보이는 '노장'이 있기에 프로야구가 재미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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