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것은 1년 만에 다시 아메리칸리그로 복귀한 추신수의 거취다. 비록 수 년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했지만, 그의 원소속 구단인 시애틀 메리너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소속되어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같은 지구 소속인 만큼, 내년 시즌부터는 친정팀과 더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된다. 자신들의 손으로 내보낸 유망주를 ‘적’으로 만나게 되는 만큼, 시애틀 입장에서는 추신수라는 ‘산’을 껄끄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추신수 트레이드’의 이면에는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키우고자 했던 외야 유망주, 제레미 리드(은퇴)가 있었다.
시애틀의 엇갈린 선택, 추신수와 리드
사실 추신수는 2001년 미국 진출 이후 줄곧 시애틀에서만 뛰었던 데 비해 리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된 이후 2004년이 되어서야 시애틀로 이적하여 자리를 잡았던 케이스였다. 하지만, 이치로를 필두로 랜디 윈, 라울 이바네즈 등이 버티고 있던 시애틀 외야에서 둘 모두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4시즌 도중 승격한 리드는 백업 요원으로 0.397(18경기 58타수 11안타)의 타율을 선보인 데 비해 추신수는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이듬해인 2005년에야 메이저리그로 ‘잠시’ 콜업이 되었는데, 그의 역할은 대수비나 대타, 대주자 요원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듬해부터 풀타임을 소화했던 리드는 데뷔 2년차 만에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는 등 신인답지 않은 모습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당시 추신수에게는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던 셈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애틀이 추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추신수가 트레이드 됐던 2006년은 리드 역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면서 썩 신통치 못한 모습을 보였을 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애틀은 자신들이 육성할 수 있는 유망주로 리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2008시즌을 기점으로 둘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추신수가 트레이드 이후 가장 많은 98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리드는 그 해에 시애틀에서 97경기에 출장하며 77안타(타율 0.269)를 기록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애틀에서 보낸 리드의 마지막 시즌이었다. 이듬해 그는 뉴욕 메츠에 입단하며 백업 외야수로 간혹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토론토와 밀워키, 애리조나 등을 전전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1년까지 그는 통산 1250타수 315안타(타율 0.252), 12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반면 추신수는 2013 정규시즌의 마지막 안타를 개인 통산 900번째 안타로 장식하면서 ‘최고의 리드오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렇게 시애틀의 ‘엇갈린 선택’은 두 선수의 엇갈린 운명과 맞물려 오묘한 광경을 연출했다. 내보낸 유망주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리드오프로 성장하여 다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돌아왔고, 지키려 했던 유망주는 메이저리그를 떠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시애틀은 팀이 최악의 암흑기를 겪고 있을 때 데려온 외야 유망주들을 제대로 키워보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했고, 추신수 트레이드 이후에도 두 차례 5할 승률을 거두었을 뿐, 단 한 번도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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