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할 만한 점은 1982년생 동갑내기들이 이제 서서히 야구계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추신수가, 일본에서는 이대호가 대형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고, 한화의 정근우 역시 FA 계약을 통하여 사상 유래 없는 액수를 받으며 구단 이적을 선택했다. 일본에서 한화로 돌아온 김태균의 올 시즌 연봉은 15억이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우승 주축 멤버들이다.
‘故 조성옥 감독의 아이들', 2000년 부산고 멤버를 주목하라!
또한, 이들 네 명 중 추신수와 정근우는 고교시절, 모교 부산고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당시 사령탑은 지난 2009년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故 조성옥 감독이었다. 먼저,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역시 추신수였다. 추신수는 2학년 시절, 모교의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며 주목을 받더니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도 투-타를 종횡무진하며 다시 팀을 2연패로 이끌었다. 그리고 2년 연속 MVP를 거머쥐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구단에서도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같은 선수가 2년 연속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사실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국내/외 스카우트 팀이 그를 주목한 것은 역시 ‘투수 추신수’였다. 최고 구속 94마일에 이르는 빠른 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스카우트의 대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거액을 안긴 시애틀 메리너스는 ‘타자 추신수’를 선택했고, 이는 그에게 ‘강한 어깨를 지닌 외야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애틀에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만 여겨졌던 이치로 스즈키가 외야 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설령 그를 제외한다 해도 시애틀 팜에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던’ 제레미 리드도 그에게는 당시 버거운 상대였다. 그리고 둘 모두를 품에 안을 수 없었던 시애틀이 ‘트레이드 카드’로 꺼내 놓은 것은 추신수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애틀의 ‘최악의 한 수’가 되었던 셈이다. 추신수보다 불과 한 살 더 많은 리드는 2011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타율 0.252, 315안타, 12홈런, 110타점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추신수 본인에게는 결국 클리블랜드로의 트레이드가 본인의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던 셈이다. 이러한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계약도 사실 꿈꾸기 어려웠을 법했다.
이에 비해 정근우는 고교시절 작은 키로 인하여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빠른 발과 컨텍능력, 그리고 간혹 보여 주는 장타력은 그 당시에도 여전했지만, 2001년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그를 불러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대학행은 결국 그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바탕이 되었던 셈이다. 2005년 신인 2차 지명 회의에서 4년 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그를 SK가 1라운드에서 지명했기 때문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의 주 포지션은 3루수. 자연스럽게 연고지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최정과 포지션 다툼이 일어날 법했다. 실제로 초창기에는 안정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정근우가 선발 3루수에, 나이 어린 최정은 백업으로 출장했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도 본격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포지션도 2루수로 변경됐다. 그리고 2006년 이후 올해까지 8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2루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올림픽과 WBC, 아시안게임에도 ‘단골손님’으로 선발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들보다는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2001년 2차 신인지명 회의에서 한화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우완 김백만도 2000년 부산고 멤버 중 하나였다. ‘좌-추신수, 우-김백만’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당시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이들 중 하나였다. 비록 부상으로 인하여 앞선 두 동기보다 먼저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는 아쉬움을 지니고 있지만, 일찌감치 모교 부산고에서 투수 코치로 일하면서 많은 프로선수 후배들을 배출했다. NC의 이민호를 필두로 송주은(롯데), 이경제(SK), 김태석(롯데) 등이 모두 김백만 코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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