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름값이나 큰 무대 경험이 국내 무대 성공을 보장해 준다는 명제가 반드시 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십억을 들여 ‘모셔 온’ 외국인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방출의 칼날을 맞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 중에는 국내 무대에서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미국으로 도망갔던 풀타임 메이저리거도 있었다. 반면,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이가 팀의 주축이 되어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타자보다는 투수, 마무리보다는 선발에 ‘무게중심’
사실 국내 무대를 경험했던 외국인 선수들 중 ‘전직 메이저리거’가 아니었던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각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과 관련한 보도 자료를 낼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메이저리그 경력/성적’이다. 메이저리그 성적을 바탕으로 국내 무대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간접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사실 2000년대로 돌아가 보아도 국내 프로야구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 출신들이 간혹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올스타전에 출전하여 ‘전국구’로 이름났던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들로서 전성기를 지나 선수 생활의 말년을 정리하기 위해 입국한 케이스였다. 삼성의 ‘카를로스 바에르가’를 포함하여 ‘훌리오 프랑코’가 대표적인 케이스며, ‘트로이 오리어리(전 삼성)’와 ‘알 마틴(전 LG)’ 역시 이 시기에 국내 무대에서 선수 생활의 말년을 보낸 바 있다. 물론 바에르가와 프랑코는 계약 만료 직후에도 애리조나/애틀란타 등을 전전하며 현역 생활을 연장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모두 100% 국내 무대에서 ‘성공했다.’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프랑코가 유일하게 3할 타율, 두 자릿수 홈런,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했다.
투수 쪽에서도 사실 해외야구를 즐겨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선수들이 대거 한국행을 선택한 바 있다. 특히, 켈러웨이(전 현대)나 크루세타,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이상 전 삼성), 호세 리마(전 KIA), 스캇 프록터(전 두산)등은 PC 게임을 통해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이들로 여겨졌을 때였다. 니퍼트 역시 국내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텍사스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서도 장기간 성공한 이는 두산의 니퍼트 정도였다. ‘외국인 선수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이유도 결국 부진했을 때 언제든지 교체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포인트로 ‘메이저리그 경력’은 그저 참고 자료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얼마나 국내 무대에 적응하여 국내 선수들과 하나가 되느냐의 여부다. 이러한 적응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성공 여부를 논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러한 전제 없이 성공 가능성을 따지는 것도 사실 철 지난 우생학적인 논리일 뿐이다. 현직 풀타임 메이저리거라 해도 사실 ‘거포형 타자’거나 개인주의적인 모습이 강했던 이들은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또한, 투수들 중에는 구원 투수(주로 마무리)보다 선발로 활약했던 이들이 대부분 재계약에 성공했고, 간혹 1년차에 마무리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들 중 재계약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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