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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이영민 타격상 수상 조영우, '내일의 에이스' 꿈꾸다

고교시절에는 중심타자, 한화에는 투수로 지명받아

2013-12-18 00:19

▲청소년대표시절만난조영우.그는좋은투수이자타자로유명세를탄바있다.사진│김현희기자
▲청소년대표시절만난조영우.그는좋은투수이자타자로유명세를탄바있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 가든호텔에서 대한야구협회(회장 이병석)를 중심으로 ‘야구인의 밤’ 행사가 열렸다. 본 행사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알게 모르게’ 노력했던 이들을 찾아 공로패를 전달함은 물론, ‘한국야구의 시작’을 1904년으로 정정하는 등 ‘역사 바로잡기’에 애를 쓰는 모습도 선보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선수들을 프로에 진출시킨 이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한국 야구의 뿌리를 되찾아 주는, 뜻깊은 행사임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매년 진행되어왔던 또 하나의 ‘연례 시상’이 바로 이 자리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영민 타격상 시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은 핍박 속에서도 ‘조선의 4번 타자’로 맹활약했던 이영민을 기리기 위해 1958년부터 제정된 상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고교야구의 골든글러브’와 같은 개념인 셈이다. 시상 기준은 주말리그를 포함하여 60타석 이상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타율이 높은 선수에게 시상하고 있다. 2013시즌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은 제주고 투수 조영우(한화)였다.

‘투-타 팔방미인’ 조영우, 고교시절에는 ‘주로 타자’

조영우는 올 시즌 20경기에 출장하여 75타수 35안타, 타율 0.467를 기록하며 제주고 타선을 이끌었다. 마운드에 임지섭(LG 우선지명)이 상대 타선을 틀어막으면, 조영우는 타선에서 득점을 책임졌다. 두 명의 ‘제주고 듀오’는 이번 시즌에 모두 프로 입단에 성공함과 동시에 청소년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주목을 받았다. 때로는 임지섭을 대신하여 마운드에 올라 묵직한 공을 던졌던 ‘투-타 팔방미인형’ 이기도 하다.

주말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그였지만, 결정적으로 조영우의 진가가 빛을 발한 것은 청소년 대표팀 합류 이후부터였다. 주로 백업 멤버로 타석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됐던 그가 단숨에 주전 멤버가 되기까지에는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청소년 대표팀 합류 이후 가진 LG 트윈스와의 연습 경기에서 상대 투수 이윤학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그는 세계대회 본선 무대에서도 주로 선발 타자로 출전하며 심심치 않게 멀티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영민 타격상 수상’의 이면에는 이렇듯 중장거리 타자로 맹활약했던 그의 모습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를 스카우트하는 데 앞장섰던 정영기 팀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정 팀장은 “타자로서의 능력도 물론 버리기에는 아깝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조)영우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어땠는지를 직접 봤다면, 투수로서의 성공 가능성도 그에 못지 않다. 오히려 현재 팀 사정상 투수로 키워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라며 그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마운드에 올랐을 때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최고 구속 143~4km에 이르는 빠른 볼을 쉽게 던진 바 있다. 퓨쳐스리그에서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경험을 쌓는다면, 한화 마운드 특성상 의외로 빨리 1군에 콜업될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극복해야 할 점은 기술이 아니라 ‘멘탈’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 상을 수상한 선수 중 성공 가도를 달린 이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무너지는 선수들 또한 적지 않았다. 2004년 이후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선수 중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는 최정(SK)과 김현수(두산) 정도며, 나머지는 아직 2군에 머물러 있거나 군 입대를 준비중이다. 재미있는 것은 고교 시절 타자로서 괜찮은 모습을 보인 이후 프로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이는 1980년 김건우(당시 선린상고) 이후 실로 오랜만의 일이며, 고교 시절 투-타를 병행했던 이들 중에는 2004년 수상자 최정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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