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화는 기존 구단들과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바티스타, 이브랜드)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상태에서 전혀 다른 ‘제3의 인물’을 물색중이기 때문이다. 9개 구단 체제에서 최초로 ‘최하위’를 기록했던 만큼, 내년 시즌부터 아예 ‘백지상태’로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이 대단한 듯하다. 그런 점에 있어서 외국인 선수로 ‘투수’가 아닌 ‘타자’를 먼저 뽑았다는 점도 다소 특이하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스물여덟의 젊은 타자, 펠릭스 피에(28)였다.
데이비스에 이은 ‘장수 외국인 선수’ 가능?
특이할 만한 점은 그들의 선택이 ‘중장거리 타자’나 ‘거포’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FA 시장을 통하여 ‘국가대표급 테이블 세터(이용규-정근우)’를 구축해 놓았음에도 불구, 외국인 타자까지 ‘발 빠른 톱 타자감’을 선택했다. 그만큼 한화에 ‘스피드’는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고, 피에의 선택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던 셈이다. 그와 비슷한 이름을 지닌 메이저리거, ‘후안 피에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물론 피에는 현재까지 한국 무대 진출을 선언한 타자들 중 ‘이름값’이나 ‘메이저리그 경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타력’을 주무기로 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스피드를 장기로 하는 한국야구에서 그의 ‘빠른 발’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단 한 번도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타율 0.293, 977안타, 424타점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도루 숫자와 출루율. 그는 11년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177도루와 0.351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특히, 올 시즌 트리플 A에서는 ‘장기’인 빠른 발을 이용하여 38개의 도루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11년 통산 성적만 놓고 보았을 때, 피에는 충분히 테이블 세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손목 힘이 좋은 정근우를 3번 타순에 배치하여 중심 타선을 강화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봄 직하다. 올 시즌 한화 타선에 김태균-최진행 외에 이렇다 할 중심 타자가 없었음을 감안해 본다면, 정근우의 합류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아직 서른이 넘지 않은 피에의 나이를 감안해 보았을 때 조금 더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제이 데이비스’ 이후 오랜만에 ‘한화표 장수 외국인 타자’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그가 ‘데이비스’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무대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 최우선 과제로 남게 된다. 또한, 마이너리그 통산 출루율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긴 하나, 올 시즌에는 그 수치가 0.325로 뚝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에도 0.338의 출루율을 선보이는 동안 도루 숫자는 16개에 불과했다. 올 시즌 국내 무대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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