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가운데, 내년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확대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 속에서 1군 엔트리에는 변화가 없다는 아쉬움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적어도 확실한 것은 외국인 투수들로 가득 찼던 2013년에 비하여 내년에는 대부분 중심 타선에 ‘외국인 타자’가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마르티네즈(전 삼성-LG)나 데이비스(전 한화)처럼 간혹 1번 타순에 외국인 타자가 배치되는 경우도 있었고, LG의 경우 김기태 감독의 주문에 따라 ‘잠실구장형 외국인 타자’를 전진 배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 구단에서는 적어도 외국인 타자들에게 ‘득점권에 나가 있는 주자’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타자가 있다. 메이저리그를 자주 보는 해외 야구팬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호르헤 칸투(31)가 주인공이다.
멕시코산 거포 칸투, 타격은 ‘가르시아와 비슷’
칸투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카림 가르시아(전 롯데-한화)와 함께 멕시코 대표로 뛰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이 그를 ‘요주의 타자’로 분류한 것은 2005년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보여 주었던 그의 ‘화끈한 방망이 실력’ 때문이었다. 탬파베이 소속이었던 그는 그 해에 150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0.286, 28타점, 117타점을 기록하며 MVP 투표 27위에 오른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2회와 3회 WBC에서도 멕시코 대표팀으로 선발된 바 있다. 2009년 WBC 참가 전에는 플로리다 소속으로 2008 시즌에 29개의 홈런과 95타점을 기록했다.
2004년 데뷔 이후 잦은 부침이 있었지만, 그는 8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총 6개 팀을 전전(템파베이, 플로리다, 신시내티, 텍사스, 샌디에이고, LAA)하며 꽤 짭짤한 성적을 거뒀다. 8년간 다섯 차례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90타점 이상을 기록한 시즌도 세 번이나 된다. 2011년 샌디에이고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했던 그는 8년 통산 847안타, 104홈런, 476타점, 타율 0.271를 기록했다. 적어도 기록만 놓고 보았을 때 트로이 오리어리(전 삼성)나 알 마틴(전 LG) 등 ‘전직 풀타임 메이저리거’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보인다. 특히, 최준석이 FA로 떠난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거포 자원’이라는 점에서 칸투의 영입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수비 역시 3루와 1루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만큼, 때에 따라서는 선수기용의 폭을 넓게 가져갈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의 입장에서 칸투에게 ‘타이론 우즈’급의 파괴력을 기대하기란 다소 무리일 듯 싶다. 특히, 국내 프로야구 수준이 우즈나 호세 등이 활약했을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장타력’ 하나만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기는 무리지만, 적어도 타격 스타일만 놓고 보면 같은 멕시코 출신인 카림 가르시아와 비슷한 편이라 봐도 좋다.
4년 동안 국내 무대에서 활약했던 가르시아는 103개의 홈런과 339타점을 기록할 만큼 괜찮은 장타력을 선보였지만, 사사구(193개)와 삼진(402개)의 비율이 거의 1:2에 이를 만큼 ‘선구안’에서 합격점을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칸투는 이 비율이 가르시아보다 더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8년간 189개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삼진은 무려 559개나 당했기 때문. 멕시코 타자들이 두 번의 WBC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에 이렇다 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던 것도 바로 나쁜 볼이나 유인구에 ‘성급하게 방망이가 나갔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어쨌든 중심 타선을 지탱해 줄 거포의 공백을 칸투로 메운 두산의 선택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에게 30홈런이나 100타점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김현수-홍성흔 등 기존 중심 타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 유인구에 속지 않고 ‘참을성’을 기르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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