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양 구단은 FA를 통하여 좋은 선수들을 끌어 모으는 과정 속에서도 간과하지 않았던 점이 있었다. 바로 ‘마무리 투수’였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마무리 투수는 외부에서 수혈하지 않고 ‘내부 육성’에 힘을 썼다. 그 결과, 양키스는 그 유명한 ‘마리아노 리베라’가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고, 삼성은 오승환 등장 이후 국내에서 ‘가장 뒷문이 안정된 구단’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팀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명문’으로 거듭나려는 팀들은 ‘구위가 뛰어나고 배짱 있는 선수들 중 해당 구단을 가장 잘 아는 이’로 마무리 투수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외국인 마무리 투수, ‘실패’ 가능성 크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 일부 구단은 ‘불안한 뒷문 단속’을 위해 외국인 마무리 투수 카드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일례로 두산에서 활약했던 스캇 프록터는 2012년 시즌에 마무리 투수 보직을 부여받았는데, 그 해에 35세이브와 1.7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명문 양키스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마운드에 섰던 것이 성적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이렇다 할 마무리 후보가 없는 팀들 중 프록터만한 외국인 투수를 구할 수 있다면, 적어도 ‘뒷문 걱정’은 안 해도 될 법하다.
하지만, 역대 외국인 마무리 투수의 면모를 살펴보면, 오히려 실패 사례가 더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선발로는 성공한 사례가 많았던 반면, 외국인 마무리 투수는 잔혹할 만큼 실패의 역사를 써 왔다. 구위만큼은 오승환 부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준 이들도 막상 마무리로 쓰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한 일이 많았다. 올해만 해도 KIA의 앤서니가 마무리 투수로 나섰지만, 4.50의 평균자책점(20세이브)을 기록한 채 중도 퇴출당하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 한화의 바티스타 역시 국내 입성시에는 마무리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였다. 특히, 2011년 시즌에 27경기에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던 장면은 야구팬들로 하여금 ‘흑판왕’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차였던 지난해에는 마무리 투수로 실패 사례를 쓴 이후 선발로 보직을 전환했다. 이에 앞서 한화의 외국인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토마스도 첫 해인 2008년에는 31세이브를 거두며 승승장구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에는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자주 경기에 나오지 못하며 고작 13세이브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둘 모두 마무리 투수로 ‘2년’을 넘기지 못했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두산 역시 ‘외국인 마무리 투수’가 100% 성공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3시즌, 두산은 기존 구단의 선택과는 다르게 일본인으로 외국인 선수를 구성한 바 있다. 이리키 사토시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당시 두산이 그에게 부여했던 보직은 마무리였다. 하지만, 이리키가 마무리 투수로 보여 준 것은 5세이브를 기록한 일 뿐이었다. 이에 그는 이후 선발로 전환하여 5번의 완투와 1번의 완봉을 기록했다. ‘보직 전환’으로 외국인 선수 실패 사례를 면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LG의 경우 봉중근이 등장하기 전까지 마무리 투수가 매번 바뀔 만큼 지독한 ‘잔혹사’에 빠졌던 경험이 있었다. 특히, LG 팬들 사이에서 ‘절대 거론되어서는 안 될 이름’ 중 하나가 바로 매니 아이바다. 2006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 보강 차원에서 영입했던 아이바는 그 해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부상으로 짐을 싸야 했다. LG의 외국인 선수 1호라 할 수 있는 앤더슨 역시 21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3.5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여 썩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2010년에는 두산처럼 ‘일본인 마무리 투수’ 카드를 쓰기도 했는데, 그가 바로 오카모토였다. 하지만, 그도 16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마무리 투수로는 그다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여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결국, 외국인 마무리 투수의 선택은 ‘1년 단기성과’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교적 성공 사례를 썼던 프록터도 끝내는 두산의 ‘재신임’을 받는 데 실패했고, 앞선 선수들은 아예 재계약은 꿈도 꾸지 못했을 정도였다. 한국 무대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선수에게 ‘벼랑 끝’이라 할 수 있는 마무리를 맡긴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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