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대회는 ‘고교야구’에 대한 향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다. 간혹 기업 홍보 차원에서 ‘이벤트성 경기(경남고 vs 군산상고 라이벌전, 부산고 vs 경남고 라이벌전)’가 단판 승부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있어도 이와 같이 ‘하나의 완성된 대회’로 열린 경우는 매우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열린 야구대제전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1년이었다(당시 인천고 우승). 이러한 가운데, ‘제4회 야구대제전’의 결승 무대에 오른 학교는 광주 동성고등학교(옛 광주 상업 고등학교)와 서울 성남고등학교였다.
다르면서도 서로 닮은 ‘동성고와 성남고’ 야구부 이야기
동성고는 4강전에서 ‘송진우’로 대표되는 세광고에 8-6으로 승리했고, 성남고는 ‘강호’ 부산고에 4-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두 학교 모두 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한 ‘야구 명문’임을 감안한다면, ‘올라올 학교가 올라왔다.’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이제 양 교는 오는 12일, 오후 1시에 포향 야구장에서 ‘최후의 경기’를 갖는다.
재미있는 것은 지역도 다르고, 특색도 다른 두 학교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동성고나 성남고 모두 적지 않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한 것은 틀림없지만, 같은 지역 내 야구부에 비해서는 전국대회 우승 횟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동성고에는 동향의 라이벌, ‘광주일고’라는 절대 강자가 버티고 있었으며, 성남고 역시 신일고, 충암고, 경기고, 휘문고 등에 비해 전국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경우가 드물었다. 간혹 전국을 호령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나타나 청룡기나 대통령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그 효과가 길게 이어지는 일은 드물었다.
동성고 야구부의 시작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창단은 1970년이었지만, 그들이 황금사자기 우승기를 차지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7년이었다. 그 당시 멤버 중 프로에 입단한 이가 바로 김종모 현 한화 2군 코치다. 이후 김태업-이순철 듀오가 모교의 선전을 이끌었고, ‘타이거즈의 안방마님’ 장채근(홍익대 감독), 181구의 투혼을 보여 준 박충식(선수협회 사무총장), 타이거즈의 마지막 적통 홍현우(동강대 코치) 등이 80~90년대 동성고를 이끌었다. ‘괴물투수’ 김수화(은퇴)를 상대로 2003년 청룡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주역들 중에는 김주형(KIA), 임창민(NC), 허승민(삼성), 이원석(두산) 등이 현직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 중이다. 최근에 등장한 ‘동성고 OB’들 중에는 노진혁(NC), 윤명준(두산), 문선재(LG), 문우람(넥센) 등이 유망주 딱지를 떼어 내고 비상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국전쟁 이후 야구부를 창단한 성남고는 긴 역사에 비해 우승 횟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총 8번 결승 무대에 올라 그 중 4차례 우승기를 들어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정 속에서도 많은 인재가 프로 지명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이가 1983년 성남고 야구부를 이끈 전 LG 투수 이국성(경희대 감독), 올 시즌 LG 마운드를 정비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된 차명석(현 LG 재활군 총 감독)을 들 수 있다. 이후에도 졸업 이후 ‘신생팀’ 쌍방울 레이더스의 유니폼을 입고 연속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최태원 코치, 연습생으로 시작하여 타율왕에 이른 박종호 코치(이상 LG)가 등장했고, 현역 선수 중에는 내야수 권용관을 필두로 박경수(이상 LG), 고영민, 노경은(이상 두산)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성남고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단연 박병호(넥센)라 할 수 있다. 2004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던 모습을 지난해와 올해 다시 보여줬다. 졸업생들이 대부분 서울을 연고로 하는 3구단(LG, 두산, 넥센)에서 주력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흥미롭다. 올해에도 2차 신인지명 회의에서 ‘성남고의 5툴 플레이어’로 손꼽히는 외야구 배병옥이 LG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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