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골든글러브를 끝으로 사실상 2013시즌을 마무리됐다. 그러나 ‘시상식’은 또 다른 시작일 뿐, 이 모든 것이 한 선수의 미래까지 책임져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년 시즌에는 안방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린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골든글러브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대표팀 명단이 짜여 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외국인 선수’, 끝까지 ‘용병’으로 남아야 하는가
어쨌든 골든글러브를 받은 10명의 선수 모두 ‘한국 프로야구 최고’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최고령 수상자로 선정된 이병규는 올 시즌 타율왕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박병호를 필두로 한 내야 전 포지션의 선수들(강정호, 최정, 정근우)도 일찌감치 수상자의 한 자리를 ‘예약’해 두고 있었다.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외야수(손아섭, 최형우, 박용택) 부문 역시 올 시즌 내내 고른 활약을 펼친 선수들로 선정되어 야구팬들 누구나 박수를 쳐 줄 만했다.
다만, 올해 역시 투수 부문에서 또 다시 외국인 선수들이 배제되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상자로 선정된 손승락(넥센)의 기록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46세이브를 거둔 그는 분명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마무리 투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수상은 결과적으로 리그에서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하며 최다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도(LG 리즈), 다승 공동 1위를 차지하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이도(SK 세든),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빛나는 외국인 선수(NC 찰리)도 모두 탈락시켜버리는 ‘이변’을 낳고 말았다. 지난해에도 17승을 거두며 다승 1위에 오른 장원삼이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그보다 평균자책점이 1점 이상 낮은 넥센의 나이트는 16승을 거두고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에 대해 많은 야구팬은 손승락의 골든글러브 수상에 축하 인사를 보내면서도 “국내 선수들이 리즈, 세든, 찰리만큼의 기록을 세웠어도 지금과 같은 투표 결과가 나왔겠느냐?”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객관적인 기록만 놓고 보았을 때 이러한 의문은 충분히 가져봄직 하다.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선수들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자국 선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련의 시상식에서 철저히 배제될 가능성 역시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두루 살펴보았을 때 일각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을 ‘한국 프로야구의 동료’가 아닌 ‘용병’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을 표현할 만하다. 사실 ‘용병(傭兵)’이란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급료를 받고 대신 싸워주다가 계약이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자신의 근거지로 돌아가는 이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이 될 수밖에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그래서 용병들은 자신의 수입만 신경 쓰고 받은 만큼만 싸워주면 되기 때문에 ‘동료애’나 ‘소속감’, ‘충성심’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스위스 용병이 대단한 이유도 받은 급료 이상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외국인 선수’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들을 ‘동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30년이 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외국인 선수들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사례는 총 10회밖에 되지 않았다. 그나마 8명은 타자(1999년 호세/로마이어, 2000년 우즈, 2002년 브리또, 2004년 브룸바, 2005년 서튼/데이비스, 2008년 가르시아)들이었고, 외국인 투수가 수상자가 된 경우는 겨우 두 번(2007년 리오스, 2009년 로페즈) 뿐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강화된 2010년 이후부터는 아예 한 명의 수상자를 배출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구 선진국’들이 국내 야구 시상식 풍토를 보고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져있다고 혹평해도 유구무언인 셈이다. 외국인 선수들을 ‘단순 용병’ 취급한다는 비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