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두 전직 감독의 구속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 있다. 예전부터 일상적인 것처럼 여겨진 ‘학원 스포츠계의 잘못된 관행’을 이제야말로 뿌리 뽑겠다고 벼르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원 스포츠가 투명해야 프로야구도 투명해 질 수 있음을 감안해 본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오히려 환영을 받을 만하다. 더 이상 ‘돈’이 오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운데 ‘숨은 진주’도 발견되는 법이다.
예체능 부장이 고교 야구부를 ‘좌지우지?’
이러한 가운데, 이번에는 한 고교 야구부에서 예체능 부장 교사가 감독 퇴임을 놓고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곳은 다름 아닌 안양 충훈고등학교였다. 충훈고는 지난 2007년 창단 이후 2008년부터 대회에 참가하면서 전국무대의 ‘복병’ 역할을 시행한 바 있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평촌중학교 야구부가 이미 전국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기 때문에, 그 인원들을 그대로 받을 경우 얼마든지 전국무대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특히, 충훈고 야구부의 창단에서부터 살림까지 두루 챙긴 이형진 안양시 야구협회장은 석수 구장을 짓는 데 앞장서는 등 누구보다도 학생야구 발전에 헌신을 한 이로 알려져 있다. 야구 때문에 수업을 빼먹는다는 것도 충훈고 야구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이미 주말리그가 시행되기 전부터 철저하게 ‘조회에서부터 오전수업까지’ 참가하는 전통을 만들어 왔다. 말 그대로 ‘야구’뿐만이 아니라 학생 야구 선수들에게 ‘동창’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학생 야구의 모범’을 보였던 충훈고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던 것은 지난 8월, 야구 행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던 예체능 야구부장이 새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당시 A부장은 “자신이 야구부를 다시 만들어 보겠다.”라며 창단 원년부터 충훈고 야구부를 이끌던 김인식 감독을 해임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는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은, 명백한 월권행위였다. A부장은 한술 더 떠 김 감독에게 학교장 날인이 된 ‘계약 만료 통지서’를 건네기에 이르렀다. 학교장의 날인이 된 문서라면 정당성을 가질 법했지만, 확인 결과 이것도 명백한 ‘위조’였다. 김 감독에게 전달된 ‘계약 만료 통지서’의 날인이 이루어진 날짜는 2013년 8월 21일. 그러나 그 당시 학교장은 외국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A부장이 독단으로 학교장 인감을 사용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야구부서(혹은 지역 야구 관계자)나 학부형들이 아닌, 일반 교사가 이러한 일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이형진 협회장은 “그래서 더욱 기가 막히는 것 아닌가. 야구 감독의 명운을 일개 교사가 좌지우지하고, 이를 현재 학교장은 방치를 하고 있다.”라며 A부장과 신임 학교장에 대한 커넥션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새로 부임한 L 학교장은 김인식 감독 해임과 관련하여 당사자에게 일발 통보도 없이 체육위원회를 소집하여 명예 훼손 혐의로 ‘내부 경고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또한, 김인식 감독 연장 계약 과정에서 ‘근로계약은 매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계약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라고 수정하여 자신이 원할 경우 마음대로 감독을 해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 소속의 장학관 및 장학사들까지 나서서 중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충훈고 학교장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라는 말로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현재 이형진 회장을 중심으로 국가 노동위원회 부당 해고(노무법인 착수)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된 상황이다.
해고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프로/아마 코칭스태프들. 그 안에서 ‘합리적인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사실 큰 문제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방법이 아닌, 단순히 한 명의 지도자를 해고시키기 위한 ‘편법’이 존재한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학생 야구에서는 아직 ‘보고 자랄 것이 많은’ 유망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가 통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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